[원종섭 세계현대시 詩 칼럼] 62. 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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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현대시 詩 칼럼] 62. 풀 - 김수영
  • wannabe
  • 승인 2023.01.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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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etter Me
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풀이 눕는다
시인 김수영
시인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아름답습니다

김수영이 설움에 몸을 태우는 

시쓰기의 자유

시의 언어에는 인간의 회복이 들어 있습니다

시인은 오로지 언어를 통해 자유를 읊고

시를 통해 자유를 알아냅니다

 

 

시인 김수영
시인 김수영

 

 

김수영 金洙暎 

1921-1968  대한민국의 시인입니다.  서울에서 지주였던 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습니다.  그는 유치원과 서당을 거쳐 보통학교  재학 시절에는 시인 오스카와일드의 작품들을 외워 읽을만큼 영어 실력이 유창했다고 합니다. 또한 작품 중 완전히 일본어로만 작성된 글도 있습니다. 당시 일제치하에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 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 의용군으로 징집되었으나 탈출합니다. 갖은 고생 끝에 서울에 다시 내려오는데 성공하였으나, 서울을 수복하고 패잔병 추적에 나선 경찰에 체포되어 거제수용소로 압송되었습니다.  김수영은 공포에 떨며 고초를 겪어야 했으며 3년 만에 민간인 억류자로 혹은 반공포로로 석방되었습니다. 이후 통역 일과 잡지사, 신문사를 전전하며 시작과 번역에 전념하였습니다.

1968년 6월 47세 때 서울 마포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여 절명합니다.  <풀>은 이 보름전 쯤에 씌어졌습니다. Have Mercy from the Poem KAPT  

 

 

서정주나 박목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재래적 서정의 틀과

김춘수 등에서 보이던 내면의식 추구의 경향에서 벗어나 

시의 난삽성을 깊이 있게 극복했습니다

 

김수영은  마지막 시 <풀>에 이르러 내적 갈등을 조화와 균형으로 승화시킵니다. 

그것은 치유로서의 사랑이었습니다.

 

 

칼럼니스트 원종섭
칼럼니스트 원종섭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NAPT 미국 시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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