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하늘에 걸어두고
이슬처럼 따먹는다

나는 걸레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남한강에 잉어가
싱싱하니
탁주 한 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들어
별들은 노래를 부르고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 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 잔 꺽고서
덩실 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그는 천당과 극락을 오른쪽 호주머니에
가지고 다니고, 지옥은 발바닥 밑바닥에 가지고 다니고
양심은 하늘에 걸어두고 이슬처럼 따먹었습니다

중광 重光 1934-2002
대한민국의 승려, 시인, 수필가, 화가입니다다. 본명은 고창률 高昌律이며 본관은 제주이고 중광은 법명이며 법호는 농암聾庵 입니다. 그는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원적지는 북제주군 입니다. 3세 때였던에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으로 다시 귀촌하였고, 그 후 함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주농림고에 진학하였으나 집안이 너무 가난했던 이유로 2학년 시절에 끝내 중퇴하였습니다.
해병대에서 제대한 뒤 1963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출가했습니다. 1977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단회의 의원을 지내기도 했으나 계속된 기행으로 1979년 종단에서 파문 되었습니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 학회에 초대되어 선화 선시를 발표했으며 〈나는 걸레〉를 낭송한 뒤 걸레 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루잉스 랭커스터 교수가 〈The Mad Monk〉라는 책을 내면서 ‘한국의 피카소’로 소개했습니다. 1981년 ‘미 화랑’에서 중광 초대전을 개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983년에는 미국 록펠러 재단, 하와이 주립대에서 초대전을 열었습니다. 1991년 일본 NHK,영국 SKY Channel, 미국 CNN Head line World News 등 매스컴에 예술 세계가 방송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1993년 제8회 인터내셔널 로스앤젤레스아트페어 초대 퍼포먼스, 1997년 뉴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교 초빙교수로 강의했습니다.
저서 <허튼소리>는 1986년 김수용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으며 아시아 영화제에서 한국 우수영화로 선정됐습니다. 1989년 한국평론가협회에서 최우수 예술인상을 받았습니다. <허튼소리>는 1987년에 이상화 각본, 이용우 연출로 연극으로도 공연되었습니다. 1990년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에 주연으로 열연해서 대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는 걸레다’
‘내 생활 전부가 똥이요, 사기다’
음주와 담배를 즐기면서도 승복과 삭발을 고집하며 평생을 지냈으며 자신의 성기에 붓을 매달아 선화를 그리기도 했으며 자신의 제사 를 지내기도 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강연하던 중 여학생에게 키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참 활동하던 1980년-1990년 당시에는 시인 천상병, 소설가 이외수와 함께 기인삼총사로 불리기도하였습니다.


미친 사람이지만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는 좌우명이 하나 있습니다.
잠깐 , 천당과 극락 자리가 많이 있으니 차를 급히 달리지 마십시오. -허튼소리
치매와 조울증으로 건강이 나빠진 뒤 1997년 부터는 술과 담배도 끊고 요양하다가 입적할 때까지 2년간은 곤지암읍에 위치한, 자신이 ‘벙어리 절간’이라고 명명한 동굴에서 보냈습니다. 입적 후 장례식장에서는 이남이가 노래를 부르는 등 창과 춤사위가 있었습니다. 1002년 3월 통도사에서 다비식을 치렀습니다.
1997년 광고에 출연하고 받은 출연료 5000천만원을 모두 지인의 치료비로 주었으며 2000년 개최한 마지막 작품전 수익금도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서
- 〈허튼 소리〉(1985년) - 판매금지
- 〈땡초, 중광조사 예하〉 (1988년 ) 영암스님저
- 〈유치찬란〉(1990년) 삼성출판사, 시인 구상과 공저
- 〈도적놈 셋이서〉(1990년) 인의출판사, 시인 천상병, 소설가 이외수와 공동저
-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년) 시인 천상병과 공동저
- 〈나는 똥이올시다〉(1991년) 우리출판사
- 〈사랑도 주고 정도 주고〉(1991년) 일계사
- 〈(한국의 피카소!)걸레스님 重光〉(1991년) 밀알, 김정휴
-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을...〉 1993년 보성출판사, 공저
- 〈나는 세상을 훔치(拭)며 산다〉(1994년)
화집
- 〈중광 인터내셔널〉(1988년) 도쿄
전시회
- 달마전 <괜히 왔다 갔다 한다> (2000년) 가나 아트 센터

"괜히 왔다 간다!" 라며 죽음의 문턱을 넘어 가면서도
자신의 무애와 파계의 삶을
소주 한 잔 마시듯 쉽게 넘어가 버린 걸레스님
"나는 세속의 굴레에서 노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모든 제약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며
내 생활과 내 작품 안에서 그 자유를 성취하고자 한다"
세상을 닦아내어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천한 걸레임을 자처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재물과 권위로 삶에 존재했음의 도장을 찍을 때
중광은 그림과 시로서 삶의 흔적을 허공에 띄워 보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음밀히 즐기는 성행위를 중광은 표면 밖으로 꺼집어 내어 즐기기도 합니다. 아무 거리낌이나 걸림이 없는 의식의 소유자였습니다.

마늘 짱아찌 까맣게 익어
먹음직할 게다
보리밥에 파리 날리며
밥 먹던 어린 시절
삼삼히 눈 속에
눈물이 열리고 있다
나 이제는 고향가면 꼭 돌담 초가집 묻어놓고
눈꼽낀 못난 아낙네에게 장가를 들어서
머리 맞대고 앉아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고구마 구워서 재 털며 먹듯이
이 세상을 살다가
나는 얄라리아
나는 얄라리아
- <再入山> 중광
그의 영혼은 바람처럼 흩어져 갔습니다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 힐링포엠 소장, 월간 현대경영 CEO 힐링포엠 고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