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20. 빵과 포도주 - 프리드리히 횔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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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20. 빵과 포도주 - 프리드리히 횔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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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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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원종섭 시인
칼럼니스트 원종섭 시인

 

빵과 포도주

           

                                            

2.

놀랍구나, 숭고한 밤의 은총이여, 밤의 손길에 의해

어디서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 누가 알까.

밤이 세상과 희망 품은 인간들의 영혼을 흔들어놓지만,

그 밤이 무슨 일을 마련하고 있는지는 현자도 모르리라.

그게 그대를 끔찍히 사랑하는 가장 높은 신의 뜻이므로.

그러기에 그대는 밤보다 분별있는 낮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때로는 티없이 맑은 눈도 그늘을 좋아하여

꼭 필요치 않다 해도 기쁘게 잠을 청한다.

혹은 정직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밤의 깊이를 응시한다,

그래, 밤을 향해 화환과 노래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밤은 헤매는 자, 죽은 자들에게 신성하게 바쳐진 것이기에.

더없이 자유로운 정신 속에도 밤은 영원히 깃들어 있다.

그러나 밤은 우리에게도 머뭇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어둠 속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그래 망각과 성스러운 도취를 허락해주어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잠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을,

더욱 가득찬 술잔을, 더욱 대담한 인생을, 성스러운 기억을

그리고 밤에도 잠없이 깨어 있는 것을 허락해주어야 한다.

 

 

 

 

"궁핍한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

 

"어쩌면 시인의 사명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파편화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자정이 되어도 거리는 환하게 밝혀져 있지만

늘 캄캄한 세상,

고개를 들어도 별이 잘 보이지 않는 세상,

지금이야말로 "궁핍한 시대" 일까요?

 

횔덜린은 자주 비감에 젖는

자신의 성격이 싹트기 시작했음을

훗날 밝히기도 했습니다."

 

 

 

 

프리드리히 횔덜린 Friedrich Hölderlin

1770-1843.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1770년 슈바벤 지방 네카 강변의 작은 마을 라우펜에서 수도원을 담당했던 관리 하인리히 횔덜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생전에는 괴테와 실러의 그늘에 가려져 인정받지 못했으며 반평생을 가난과 정신 착란에 시달리며 불운한 삶을 살았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 있을 때 시집 한 권 내지 못했습니다. 그의 시들은 사후에도 한동안 어둠에 가려져 있다가 20세기 들어 발굴되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횔덜린을 모범으로 삼았고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시인의 시인"이라고 칭송했습니다. 20세기 표현주의, 상징주의는 한 세기 앞서 고전주의의 엄격한 형식과 규범을 거부한 횔덜린을 '현대 서정시의 선구자'로 끌어올렸습니다.  Friedrich Hölderlin, in full 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Lauffen am Neckar, Württemberg Germany. redfox0579@gmail. com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한국문화예술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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