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 돌아가리라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순수한 영혼과 천진한 행동,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 시인 천상병은 그렇게 기억됩니다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이겠죠
천상병 千祥炳
1930-1993 대한민국의 시인, 문학평론가입니다.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 귀국하여 마산에서 성장하였습니다. 1955년 마산중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43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오랜 유랑생활을 하다가 1972년 목순옥과 결혼하여 비로소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지병으로 죽기 전까지 부인의 지극한 보살핌에 힘입어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부산시청에 근무하며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 유럽으로 유학을 갔던 친구로부터 술 한 잔 얻어먹고 막걸리 값을 받습니다. 이 일이 빌미가 되어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의 한국어음차 표현)사건 때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간다. 숱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성기능 불능자가 됩니다.
6개월 뒤 선고유예로 풀려나지만 거지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 청량리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그의 친구들은 이런 천상병 시인이 사망했다고 여기고 유고시집을 냅니다. 마흔둘에 장가를 가고 고문 후유증으로 아기도 낳을 수 없게 됩니다.
가난과 무직, 주벽, 무절제한 생활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천상병은 1971년 문우들의 주선으로 제1시집 『새』를 뒤늦게 발간하였습니다. 그 뒤 제2시집 『주막에서』(1979)와 제3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 제4시집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제5시집 『요놈 요놈 요이쁜 놈』(1991)을 펴냈습니다.
그밖에 저서로 3인 시집 『도적놈 셋이서』(1989), 시선집 『귀천(歸天)』(1989)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1991), 문학선 『구름 손짓하며는』(1985),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등이 있습니다. 유고집으로 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1993)와 수필집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1994)가 있습니다.
그의 시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서정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성을 되비쳐 보여줍니다. 동심에 가까운 이러한 순진성은 가난과 죽음, 고독 등 세상사의 온갖 번거로움을 걸러내고 일상적인 쉬운 말로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천상병은 진실을 보는 방법으로 무소유에 가까운 가난을 선택했습니다. 가난은 그에게 삶은 고통만 있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도 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작은 눈물방울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보았던 천상병은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그가 보거나 느낀 것들, 그리고 시를 쓰는 영혼의 불멸성 등이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자각에 이르렀습니다. 이 앎이 천상병이 시에서 찾은 진실이며, 해탈이자 치유였습니다.
어느날 천상병시인,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스님 그리고 소설가 이외수 처음 대면했던 세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서로를 보며 웃음보를 터뜨렸을 뿐입니다. 무슨 말이 필요했겠습니까. 당시 세 사람은 나름의 서열을 매겼습니다. 이들간의 서열엔 무엇이 기준이 되었을까요? 동심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더 순수 결정체에 가까운 것입니까? 위너는 단연 천상병이었습니다.
훗날 이외수는 어느 방송에 나와 세 사람의 서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천상병시인의 동심 지수는 유치원생 수준, 중광스님은 초등학교 수준으로 2위고 그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외수 자신의 동심지수는 중학교 수준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세상은 민주화항쟁으로 혼탁했지만 그들이 한자리에 있어 잠시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 힐링포엠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