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 27. 비 내리는 아침 - 테드 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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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 27. 비 내리는 아침 - 테드 쿠저
  • wannabe
  • 승인 2022.09.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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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원종섭 박사 시치유 강연
칼럼니스트 원종섭 박사 시치유 강연

 

 

 

비 내리는 아침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이

빗방울 잔뜩 튄 검은색 비닐 우비를 입고

몸을 밀어젖히며 아침을 가로지른다.

당신은 본 적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때때로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건반을 두드린 후에

두 손을 들어 뒤로 물러나 잠시 멈췄다가

화음이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건반을 두드리는 것을.

이 여성이 나아가는 방식이 그러하다.

휠체어 바퀴를 힘껏 민 다음

길고 흰 손가락들을 들어

잠시 공중에 떠 있게 하다가

휠체어 속도가 마치 침묵 속으로 잠길 듯

느려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힘껏 바퀴를 민다.

그렇게 전문가다운 실력으로 그녀는

자신이 통달한 이 어려운 음악의

화음을 연주한다.

그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비에 젖은 얼굴.

바람이 비의 악보를 넘기는 동안.

 

 

 

“ 소외된 개인을 직접 만나러 오시는 신神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파스칼의 팡세에서처럼

신에게 의지하고 신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

“ 쓸쓸한 감정이 삶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

“우연히 존재하는 우리 인간은

타고난 본성 때문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권태를 느낄만큼 불안에 휩싸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

 

 

 

테드 쿠저 Ted Kooser

1939~.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시인 중 한 명입니다. 고등학교 때 '영예, 불멸, 방랑하는 삶'에 매력을 느껴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대학 졸업 후 평생을 보험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직장 출근 전 매일 아침 한 시간 반씩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은퇴할 때까지 7권의 시집을 썼습니다. 미의회도서관 계관시인을 역임했고, 시집 『기쁨과 그림자』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A Rainy Morning' © Ted Kooser. From “Delights & Shadows". Used with permission of The Permissions Company, LLC on behalf of Copper Canyon Press. Wannabe © KAPT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문화예술 평론가,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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