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아침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이
빗방울 잔뜩 튄 검은색 비닐 우비를 입고
몸을 밀어젖히며 아침을 가로지른다.
당신은 본 적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때때로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건반을 두드린 후에
두 손을 들어 뒤로 물러나 잠시 멈췄다가
화음이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건반을 두드리는 것을.
이 여성이 나아가는 방식이 그러하다.
휠체어 바퀴를 힘껏 민 다음
길고 흰 손가락들을 들어
잠시 공중에 떠 있게 하다가
휠체어 속도가 마치 침묵 속으로 잠길 듯
느려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힘껏 바퀴를 민다.
그렇게 전문가다운 실력으로 그녀는
자신이 통달한 이 어려운 음악의
화음을 연주한다.
그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비에 젖은 얼굴.
바람이 비의 악보를 넘기는 동안.
“ 소외된 개인을 직접 만나러 오시는 신神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파스칼의 팡세에서처럼
신에게 의지하고 신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
“ 쓸쓸한 감정이 삶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
“우연히 존재하는 우리 인간은
타고난 본성 때문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권태를 느낄만큼 불안에 휩싸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
테드 쿠저 Ted Kooser
1939~.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시인 중 한 명입니다. 고등학교 때 '영예, 불멸, 방랑하는 삶'에 매력을 느껴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대학 졸업 후 평생을 보험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직장 출근 전 매일 아침 한 시간 반씩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은퇴할 때까지 7권의 시집을 썼습니다. 미의회도서관 계관시인을 역임했고, 시집 『기쁨과 그림자』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A Rainy Morning' © Ted Kooser. From “Delights & Shadows". Used with permission of The Permissions Company, LLC on behalf of Copper Canyon Press. Wannabe © KAPT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문화예술 평론가,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