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세계현대詩 칼럼] 가을날 -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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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현대詩 칼럼] 가을날 - 릴케
  • wannabe
  • 승인 2022.09.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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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영글도록 명하시고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가면서

잠 못 이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하여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Autumn Day 

 

Lord, it is time.

Let the great summer go,

Lay your long shadows on the sundials,

And over harvest piles let the winds blow.

Command the last fruits to be ripe;

Grant them some other southern hour,

Urge them to completion,

and with power Drive final sweetness

to the heavy grape.

Who's homeless now, will for long stay alone.

No home will build his weary hands,

He'll wake, read, write letters long to friends

And will the alleys up and down Walk restlessly,

when falling leaves dance

 

 

“ 우리는 고독합니다.
우리는 착각하고
마치 그렇게 고독하지 않은 듯이 행동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소설가 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독일어 시인 중 한 명입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왕국의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낸 후 1886년부터 1891년까지 육군 유년 학교에서 군인 교육을 받았으나 중퇴하였습니다. 프라하·뮌헨·베를린 등의 대학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일찍부터 꿈과 동경이 넘치는 섬세한 서정시를 썼습니다. 본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René Karl Wilhelm Johann Josef Maria Rilke)였으나 연인이었던 팜므파탈 루살로메의 조언에 따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말테의 수기>로 유명한 프라하 출신의 릴케. 우리나라의 시인 백석, 김춘수, 윤동주가 릴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백석의 시 흰바랍벽이 있어와 이를 차용한 윤동주의 시인 별 헤는 밤에도 릴케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외에도 한국 서정시에서 릴케의 비중은 상당합니다.

프랑스의 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의 비서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장미 가시에 찔려 파상풍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백혈병에 걸린 줄 모르고 연인을 위해 장미를 모으다 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죽은 것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한국문화예술 비평가, UNESCO 교육문화 전문위원,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 힐링포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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