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세계현대시 詩]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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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현대시 詩]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원종섭
  • 승인 2023.11.08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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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etter Me
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슬픔도 퍼다 버린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비평, 1978

 

 

 

 

 

 

 

민중의 삶은 오늘도 고달픕니다

 

가난한 삶의 비애가 흐르고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로 보아

 

시적 화자의 처지가 우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의 운명은 스스로 깊어 가는 강입니다

 

 

 

인생은 그대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기다렸다는듯이 동시다발적으로 뒤집힙니다

 

 

 

천상병 시인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나

박재삼의 '흥부 부부상'에서는

물질보다 중요한 것은

부부애나 정신적인 태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은

가난을 겪어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의 깊이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설픈 위로도, 힘을 내자는 말도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그 가난의 원인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서일 것입니다

 

가난을 어떻게든 견뎌 내려는 모습이

눈물겹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시인 정희성

 

정희성 鄭喜成 

1945~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용산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부터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였으며,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16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1년에 제1회 「김수영 문학상」, 1997년에 「시와시학상」, 2001년에 제1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문단에 나온 지 40여 년 가까이 지났는데, 시집을 다섯 권밖에 내지 않은 과작 시인이다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창작과 비평사, 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작과비평, 1991) 《詩를 찾아서》(창작과비평, 2001)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2008) 등의 작품이 있다

 

 

 

 

 

 

 

이 변덕스러운 세상에서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대중예술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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