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 25.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 폴 베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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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 현대 詩 칼럼] 25.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 폴 베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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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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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원종섭 박사
칼럼니스트 원종섭 박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하늘은 지붕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나?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
- Paul Verlaine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
Si bleu, si calme !
Un arbre, par-dessus le toit,
Berce sa palme.
 
La cloche, dans le ciel qu'on voit,
Doucement tinte.
Un oiseau sur l'arbre qu'on voit
Chante sa plainte.
 
Mon Dieu, mon Dieu, la vie est là
Simple et tranquille.
Cette paisible rumeur-là
Vient de la ville.
 
Qu'as-tu fait, ô toi que voilà
Pleurant sans cesse,
Dis, qu'as-tu fait, toi que voilà,
De ta jeunesse ?
 

 

 

“ 가을 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단조로운 우수로 내마음 쓰라려

종소리 울릴 때면

나는 창백하고 숨이 막혀

예날을 추억하며 눈물 흘리네 ”

“ 이 가을 쓸쓸해지면 편지하세요 

 삶은 저기 저렇게 있으니까요”

 

 

 

 

폴 베를렌  Paul Verlaine

1844~1896. 프랑스의 시인. 랭보의 연인이었습니다. 저서로는 《좋은 노래》, 《말 없는 연가》, 《예지》 등이 있습니다. 세기말 대표 시인으로 숭앙되고 낭만파나 고답파에서 탈피, 음악을 중시하고, 다채로운 기교를 구사했습니다. 

랭보와의 동성연애 스캔들로 더욱 유명해진 베를렌, 그 자신 더할 나위 없이 <저주받은 시인>이었던 베를렌의 방종 생활은 당대에 이미 전설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방종, 난폭했던 베를렌은 평생 다치기 쉬운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고 다녔습니다. 랭보는 한 편지에서 베를렌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이하고 무척 우스꽝스럽지만, 정말 근사합니다!”.
 

이 시는 베를렌이 브뤼셀 감옥에 있었을 때 씌어졌습니다. 1873년 7월 베를렌은 연인 랭보에게 2발의 권총을 쏘고 2년의 형량을 받아 감옥에 수감됩니다. 감옥에서 그는 젊은 아내와의 이혼 통지서를 받게 되는데, 크게 충격을 받은 베를렌은 열렬한 가톨릭 신자가 됩니다.


상징주의 시인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시의 음악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음악, 특히 음악의 환기성을 시에 가져오기 위해 상징주의 시인들은 부단히 애를 씁니다. 베를렌 시의 단순성과 음악성은 우수와 결합되어 깊은 감수성의 울림으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클로드 드뷔시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이 그의 시에 곡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시의 음악성과 관련해서 베를렌은 자신의 시 작법을 한편의 시로 쓴 것이 있는데, 그 처음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악적인 것을, 그러려면 기수각을 선호하도록
보다 더 모호하고, 공기 속으로 더 잘 녹아들 수 있는,
짓누르거나 가라앉는 것이 그 안에 없는 기수각을.
 
그리고 의미가 분명한 시어를 선택하지 않도록 할 것.
애매한 것과 분명한 것이 결합되는
회색빛 노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 법.“
(시론 Art poétique 중에서)


베를렌의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아름다운 노래 La Bonne Chanson (1870)』, 2년간 감옥 생활 중 쓴 『말 없는 연가 Romances sans paroles (1874)』, 출옥 후에 쓴 『예지 Sagesse (1880)』가 특히 유명합니다. 1884년 그의 동료들은 그를 "시인의 왕자"로 추대하기도 합니다. 
     

 

원 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한국문화예술 비평가, 사)탐라문학회 회장,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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