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강덕환은 지난 20일 시집『섬에선 바람도 벗이다』를 발간했다.
제주 출신 강덕환 시인은 1992년 시집 『생말타기』로 등단하여, 4·3시집 『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와 공저 『4·3문학지도Ⅰ.Ⅱ』 등을 발간하였으며, 이번 시집에는 십여 년간 집필한 작품을 담아 내었다.
강덕환 시인의 서정은 오롯이 제주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어느 작품을 읽어봐도 제주 사람의 서정이 드러난다. 그 서정은 토속적인 동시에 역사적이며 근대적인 보편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무엇보다도 강덕환 시인의 내면을 형성하고 있는 제주의 자연인데, 하지만 추상적인 자연이 아니라 낱낱의 사물들에 붙들린 시인의 영혼과 감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문학평론가 김동현은 “강덕환 시인은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함께의 마음이었다. 힘들면 쉬면서, 혼자서 어려우면 여럿의 손을 빌려서라도 천천히 그러나 끝내 가닿자는 권유였다. 대학 시절 ‘신세대’라는 문학동아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빠르지는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다.”고 하였다.
시집의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시인은 제주섬의 바람도 ‘벗’으로 삼기까지 한다. 시인은 제주를 상징하는 자연 및 생활의 사물들인 ‘돌하르방’ ‘동자석’ ‘흑룡만리’ ‘중덕바당’ ‘오름’ 등에 강력하게 귀속되어 있거니와 그런 존재들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수혈받기도 한다.
시집의 3부에서는 제주어(語)로 쓰여진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시인의 의식적인 기획이 아닌 것이, 3부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들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제주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제주어로 시 쓰기는 제주 사람이 아니면 접근하기도 그리고 작품의 서정을 느끼기도 쉽지 않지만 그것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강덕환 시인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제주에서 발행된 『월간 제주』 기자 시절 제주 4·3의 진실을 찾아 섬 곳곳을 돌아다녔던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의 역사는 그에게 오랜 숙제였다. 섬은 언제나 그의 존재 근거였다.” 이런 시인의 내력이 시의 성패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시세계의 핵심을 만들어주기는 한다. 이런 시인의 관심은 ‘노근리 학살 사건’으로도 옮겨 붙고, 나치에 의해 벌어진 유대인 홀로코스트에게도 닿아 있다. 당연히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향해서도 뜨겁다.
꾸불꾸불 이어진
돌담, 너를 보면
참 모나지 않아서 좋다
울담이건, 밭담
잣성이건 환해장성
흑룡만리 너, 돌담을 보면
거대한 흐름이어서 좋다
바람에 맞서 어찌
맺힌 한 없었겠느냐만
그럴 때마다 길을 내어
이기지 않고 다스리려 했거니
참고 참았다가 마지막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
시뻘건 불로 치솟았다가
화산회토와 벗하여
역사의 긴 강
이어가고 있거니
-「돌담을 보면」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