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공공기관의 외래어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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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와 공공기관의 외래어 남용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0.10.1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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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서귀포시 교류협력팀장)
강승훈 팀장
강승훈 팀장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2007년 전국의 동사무소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바꾼 그것을 비롯한 공문서나 회의 자료 작성 시 무차별적으로 외래어를 남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언어생활까지도 바꾸고 있는 요즘, 외래어 남용은 더욱 심각해졌다.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등을 차지할만한, 소위 ‘콩글리시’로서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를 비롯해서, 그 사람 다음 순위에 오를만한 코로나 종식 이후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 이외에도 팬데믹(대유행), 드라이브 스루 진료(승차 진료),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외래어 남용으로 인해 언어의 정보적 기능이 저해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다시 말해,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어떤 사실이나 정보, 지식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의 외래어 이해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 결과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61.8점으로 조사됐다. 60대 이하는 66.9점이었으나, 70세 이상은 28.4점으로 세대 간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한 단어만 살펴보면,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익숙한, 흑백의 격자무늬 그림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나타내는 큐아르 코드에 대한 이해도는 60대 이하는 72.6점이었으나, 70세 이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0점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 코호트 격리 등의 어려운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부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선 ‘언택트’ 대신 ‘비대면’을 ‘포스트 코로나’ 대신 ‘코로나 종식 이후’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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