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서근숙 시인, 첫 시집 ‘꿈꿀 때와 사랑할 때’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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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서근숙 시인, 첫 시집 ‘꿈꿀 때와 사랑할 때’ 펴내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0.10.1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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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모른다
나도 그런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겐 말하는 눈빛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담아주는 블랙홀 같은 눈빛
내가 사는 이유이다
서근숙 시인
서근숙 시인

서근숙(80세) 시인이 첫 시집 ‘꿈꿀 때와 사랑할 때’를 세상에 펴내 만추의 나이라 더욱 화제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일흔두 살 때부터 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라며 “육십여 년을 앞만 보며 들러리로 달려오다 보니 몸과 맘이 너무 지쳐 쉴 곳이 필요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에 ‘제주문화원 문예 창작반’을 찾았지요. 그 강의는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이신 윤석산 교수님이 이끌어 계셨고 시 쓰기는 배우면서도 즐거웠습니다”라며 “유년 시절의 사랑을 꺼내면 사랑의 시가 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들러리에서 벗어나 내가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곳이라서”라며 말문을 쉬었다.

이이 “여든이 넘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고 이 시집을 펴내는 것은 저처럼 살아온 분들에게 뒤늦게라도 주인공이 되어 사는 법을 알게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라며 “앞으로도 느리지만, 진심으로 이야기하며 시와 함께 살아가려고 합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윤석산(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문학박사) 시인은 “목차를 후루룩 넘겨봐도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라며 “「오르테가의 권유」나 「대문의 무게」 같은 제목들은 80세가 넘어 처음 시집을 내는 분의 작품이라는 게 정말인가 하고 놀랍게 만들 겁니다.”라고 추천의 말을 했다.

김귀희 (시인, 문학박사) 평론가는 “서근숙 시인은 시를 만나고서 그동안 자신이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했던 이타적인 위치에서 돌이켜 자아 탐구의 자리로도 시선을 옮겨 보게 되었다”라며 “그동안 잠재되어 있는 자아는 이제 시를 통해 행동하는 자아로 위치이동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또 “여든이 넘은 나이에 시집을 내는 것은 뒤늦게라도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자 하는 자아인 식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라고 높게 평했다.

서근숙 시인은 1941년 제주시 도두리 1동 출생, 제주여고 졸업, 한국걸스타우트제주연맹실행위원(1975~90년), 한국불교태고종 보림사 신도회장(2013~2017년) 역임, 재단법인 산호장학회 이사(현), 제주문화대학(2012~2016년), 제주문화학교 문예창작반(2012년), 제주불교대학, (2018년), 대한노인대학원(2019년) 수료, 제주문화원 생활문화해설사를 하는 등 끊임없는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

‘문예운동’(2014년 봄호), 시 부문 신인상 받고 시인 등단, 저서로 20219년 제주특별자치도의 후원으로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주관한 ‘기억의 책’인 ‘나의 업(業)을 돌아보며’를 펴낸 바도 있다.

서근숙 시인의 첫 시집 ‘꿈꿀 때와 사랑할 때’,  펴낸곳 문예운동사.  값15000원
서근숙 시인의 첫 시집 ‘꿈꿀 때와 사랑할 때’, 펴낸곳 문예운동사. 값15000원

 

'허수아비'

어느 시인의 말에 따르면
시는 몸과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 써야 한다지만

햇살을 받아먹지 못한 허수아비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

펜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봐도
쓰여 지지 않는 시

마음의 성화에 더 마르는 허수아비

그래도 고쳐 쓰며
몸집을 불렸다 깎았다 언어놀이를 한다

 

서근숙의 시 ‘허수아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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