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淸廉)과 정(情)에 대한 단상(斷想)
상태바
[기고] 청렴(淸廉)과 정(情)에 대한 단상(斷想)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11.24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국 / 서귀포시 종합민원실장
김용국 실장
김용국 실장

공직생활을 이어오면서 많은 이들이 ‘청렴’을 강조하는 것을 보아왔다. 청렴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가끔, 그 의미를 되새겨보곤 한다. 공직자에게 당연시되는 가치 청렴. 너무 말만 화려하지 않느냐하는 면이 있고,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은 아닌지, 우리는 ‘청렴’이라는 의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청렴’의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로 정의내리고 있듯이 때로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공직자의 청렴은 개인의 공직윤리를 넘어서 국가의 경쟁력을 경정하는 척도가 되었으며, 이에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매해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20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2등급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고 순위의 성적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2021년 청렴, 반부패 시책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원하고 바라는 청렴, 하지만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으니 ‘정(情)’이다.

한국인, 특히 우리 제주도민은 정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 집 건너 삼촌이요, 두 집 건너 가족인 우리 주변에는 사돈에 팔촌 안 걸린 데가 없을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정’을 빌미로 일어나는 일련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김영란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흘렀지만 전국 여기저기서 아직까지 들려오는 ‘정주고 마음도 주는데 거절은 못한’ 안타까운 사례들이 들려온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쓴 이후 물리적으로 멀어졌던 거리는 이런 현상을 주춤시켰지만, 지구촌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고 있는 요즘, ‘정’을 빌미로 어떤 일이 어디서 일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지금이야 말로 정과 청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민원인들이 건네거나 지인들이 건네는 ‘정’을 거절하면 흔히 ‘매몰차게 군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애증의 ‘정’을 주고받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정’의 표현방식은 옳은가? 그 것을 받는 것 역시 옳은 일인가? 이 ‘정’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오히려 정을 조금만 쏟고 친절한 미소와 마음으로 대한다면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청렴의 최대의 적이라는 정. 이제는 무엇을 줘야할지가 아닌 어떻게 줘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직자인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는 정을 무엇을 받을지가 아닌 이 정을 어떻게 마음을 받고 진심으로 화답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일상에서 ‘청렴’을 더 이상 논하지 않아도 되는 체득화된 청렴이 있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