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는 길을 연 훈맹정음이 반포 100주년을 맞았지만, 일상에서 점자로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지난 4일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논평을 발표하고,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과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훈맹정음은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이 반포한 한글 점자로, 당시 일본어 점자로 글을 배워야 했던 시각장애인들에게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후 2016년 「점자법」이 제정되면서 점자는 일반 활자와 동등한 효력을 지닌 문자로 인정받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점자 정보를 이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공공기관이 시각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점자 문서를 제공하도록 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당사자가 직접 요청해야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선거와 행정 등 주요 공공정보는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문서와 함께 점자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점자 표시 확대도 요구했다.
현재 점자 표시 의무가 일부 의약품에만 적용되고 식품과 생활용품의 점자 표시도 제한적인 만큼, 시각장애인이 제품의 성분과 사용 방법 등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점자 접근성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장총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점자의 고유한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점자정보단말기와 전자점자 자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웹사이트와 무인정보단말기, 모바일 앱 등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 개발과 정책 수립에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장총은 “100년 전 박두성 선생과 시각장애인 제자들은 우리말을 읽고 쓸 권리를 위해 훈맹정음을 만들고 보급했다”며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그 권리를 일상에서 실현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