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단차·봉사인력·엘리베이터 등 곳곳에서 접근성 문제
수어통역사 배치에도 먼 거리 탓에 제대로 보기 어려워… 정보 접근성도 아쉬움
<편집자 주>
기자는 이번 제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기간 동안 여러 종목의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장애인 선수들의 열정적인 경기와 이를 응원하는 현장의 모습 뒤편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마주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넘기 어려운 단차와 경사, 이용하기 불편한 장애인화장실, 부족한 이동 지원과 편의시설 등 장애인 선수들이 주인공인 대회에서 오히려 장애인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들이었다. 특히 경기장 출입 과정에서 실제 선수가 넘어지는 사고를 목격하고, 여러 지역 선수들로부터 현장에서 겪은 불편과 아쉬움을 직접 들으면서 이번 대회의 모습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지적이 아니라, 제주에서 다시 장애인 체육대회와 행사가 열릴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전한다.
① 안전편 — “전국장애인체전 맞나요?”… 박스와 매트로 가린 단차, 결국 선수가 넘어졌다
② 접근성편 — “장애인화장실은 있는데 혼자 못 들어가요”… 장애인체전의 ‘접근성’을 묻다
제주에서 열린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 참가한 울산장애인당구협회 소속 선수이자 사무국장인 이경미 씨는 여러 경기장을 직접 이용하면서 곳곳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애인화장실은 있었지만 혼자 들어가기 어려웠다
당구경기장 내부 화장실은 출입구가 좁고 단차가 있는 일반화장실이었다.외부에는 이동식 장애인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돼 있었지만 이 씨는 화장실 입구 경사로의 경사가 가팔라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진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애인화장실은 설치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휠체어 이용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접근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어야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한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슐런 경기장에서도 반복된 단차와 화장실 문제동료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슐런 경기장에서도 비슷한 불편이 이어졌다고 한다.
1층에 이용 가능한 장애인화장실이 한 곳뿐이어서 이용자가 몰리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고, 경기장 진입통로에도 경사와 단차가 있었지만 별다른 보완조치가 없었다고 이 씨는 지적했다.
통행이 어려운 구간에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을 지원할 봉사인력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전국에서 많은 장애인 선수와 관계자가 한꺼번에 모이는 대회라면 단순히 장애인화장실의 설치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예상 이용인원과 실제 이동 동선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배드민턴장은 엘리베이터 하나에 이동 의존
배드민턴 경기장의 상황도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장은 2층, 관중석은 3층에 위치해 휠체어 이용자는 층간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용 가능한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한 대가 탑승하면 공간이 거의 차는 정도로 협소했다.
장애인 선수와 관계자, 관람객이 동시에 이동하는 전국장애인체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경기장 선정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의 존재 여부를 넘어 실제 수송능력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던 부분이다.
응급대응 체계에도 아쉬움
이 씨는 자신이 방문한 경기장에서 구급차와 응급인력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국의 여러 장애인 체육대회를 다녀봤지만 이번 제주 대회에서는 전반적인 안전과 현장 운영에 아쉬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다양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전국대회인 만큼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기장별 응급체계가 어떻게 운영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어통역사는 있었지만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배치됐다.
필요한 조치였지만 넓은 경기장 한쪽의 먼 단상에서 통역이 진행되다 보니 경기장 곳곳에 있는 선수와 관계자들이 수어통역사의 손동작과 표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수어는 통역사의 손동작뿐 아니라 표정 등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전달된다.
따라서 대형 경기장이라면 측면 등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수어통역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청각장애인이 실제로 그 통역을 ‘볼 수 있었는가’이기 때문이다.
‘설치했는가’보다 ‘사용할 수 있는가’
화장실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수어통역사도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체전에서 접근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갖춰놓았느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실제로 접근하고 이용하며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전국장애인체전은 장애인의 특성을 처음 접하는 행사가 아니다. 장애 유형과 이동 특성, 필요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현장에서 나온 선수들의 목소리를 단순한 불편이나 불만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제주에서 앞으로 또 다른 장애인 체육대회와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기장 선정 단계부터 장애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접근성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화장실·이동 동선·승강기·응급대응·정보 접근성까지 실제 이용자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체전의 접근성은 ‘준비했다’는 행정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장애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