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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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김태우
  • 승인 2020.03.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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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을 보면서 신문을 펼쳤더니, 온 나라 안이 코로나19로 힘들어 하고있다.
-수국이 피기 시작하면 코로나19 치료가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지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화분에는 수국이 초록색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인지 날개처럼 잎이 펴지고 있어 완연한 봄인가 보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잎이 무게로 바람 불면 톡 부려질 것 같으면서도 앙증맞게 했다. 메마른 수국 줄기에서 새싹이 돋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에서도 손익계산을 적용하듯이 수국을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바깥을 오가면서 화단에 있는 꽃과 나무를 보면서도 화분에 심어 놓은 수국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작년 여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이야기처럼 애지중지 했는데 생각과 달리 며칠 만에 고봉처럼 수북이 피어 있는 수국이 시들면서 꽃이 화석처럼 변하고 말았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실망으로 쳐다보기도 싫었다.

수국을 화단에 심으면 번식이 강해 애물단가 될 것 같아서, 작년 오일장에서 사다 화단에 심지 않고 화분에 심어 놓았다. 웃자라면 보기가 흉 할 것 같아서 화분에 심게 되었다.

수국에 얽힌 여러 가지 얘기가 있겠지만 세 가지를 기억하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을 떠 올려보면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수국을 가리키면서 가지깽이 꽃이라 했다. 놋이나 스텐 밥그릇 뚜껑을 말하는 거다. 기복신앙으로 신방들이 제수굿 할 때 꽃이 핀 수국을 들고 춤추는 모습이 영험해 보이기도 했다. 신이 좋아하는 꽃이라 들었는지 집에서 수국을 키우는 일이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작년에 학교에서 ㅇㅇ인식 강의하러 갔는데 교실 창가에 수국이 작은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곧 꽃이 피려는지 꽃봉오리가 안개꽃처럼 넓게 펴져 있었다. 화분에는 비를 기다리는 꽃이라고. 얕은 비닐판에 쓰고 꽂혀 있었다. 꽃을 보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어떤 의미로 비를 기다리는 꽃이라 써 놓았는지 물었더니, 수국이 피기 시작하면 장마가 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를 기다는 꽃이라 써놓았다고 하셨다.

유년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비가 내린 후 옆집 삼춘이 잡초를 베면서 수국 한 움큼 배고 버리는 것을 보았다. 번식력 보다 한 곳에 멍석처럼 둘둘 말아진 듯이 뭉치면서 범위를 넓혀가 귀찮아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수국을 어떤 연유로 좋아 했는지는 모른다. 꽃이면 모두 좋아 했거나 꽃에 욕심이 많아서인지, 둘 중 하나이다.

대문 곁에서 신문을 펼쳐 들었더니 지금 나라 안이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특집기사로 내보네고 있었다. 수국이 피기 시작하면 코로나19 확진이 멈추고 세균이 종결되고 나라가 안정 될 것 같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듯이 수국이 빨리 꽃을 피었으면 했다.

여름이면 동네 길가나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수국이 메밀꽃처럼 가득 핀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흰색, 초록색, 보라색으로 피어 있는 수국이 식물원에 나온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 안에서 수국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면서 여유를 느껴지게 했었다.

시내로 이사를 와서 오일장에서 하얗게 꽃 핀 수국을 사다가 화분에 옮겨 놓았지만 흙과 자연환경이 맞지 않아서인지 꽃이 오래가지 않고 죽은 것처럼 보였다. 잎이 떨어지면서 줄기가 바짝 마르며 앙상하여 볼품이 없었다. 올해 식목일 전후로  화분에서 수국을 뽑아 버리고 다른 꽃이나 나무를 심기로 했었다.

신문을 읽으면서 내 자신의 꽃에 무지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잎이나 꽃이 지면 뽑을 생각부터 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꽃을 버렸는지 꽃에게 버림받았는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계절은 변함없는데, 성급한 것이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을 꽃에서 알게 했다. 코로나19로 혹독한 봄을 낳고 있다. . . 축산침체로 내수 위축, 국내외 관광객 감소로 지역 상권이 힘들어 하고 있다. 국민은 코로나19 방역의 대상자가 아니라 주체로 인식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기다린다면, 화분에 죽어 있는 듯한 수국이 파란 잎이 돋아나고 있어 화창하고 과수로 풍성한 여름이 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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