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산책: 힌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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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산책: 힌두교
  • 김영희
  • 승인 2021.06.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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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풀이한 바가바드기타(M.K.Gandhi interprets the Bhagvadgita)를 중심으로(10)

-바가바드기타는 역사가 아니다
-바가바드기타는 진리(선)의 세력와 비진리(악) 세력간의 전쟁이다
-바가바드기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 마음 속 전쟁이다
-선과 악은 사촌지간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의 소중함
-일상생활에서 신(양심)과 자주 대화를 가져야
-확인해보지 않고 하는 말은 삼가야

                                                                                제 1 장

마하바라타(Mahabharata)는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다르마-그란타(dharma-grantha: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질문들을 다룬 저작)’이다. 누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언제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은 그가 본 한 방울의 물조차 정확히 묘사할 수 없다. 신은 사람을 그렇게 나약하게 창조했는데 어떻게 실제 일어난 일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 전쟁에서 마부들의 한편은 바유(Vayu), 인드라(Indra), 아쉬비니쿠마스(Ashvinikumars)와 같은 진리의 아들들이고 다른 한편은 동시에 태어난 백여 명의 형제들이다. 우리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듀로다나(Duryodhana)는 비진리의 수레에 타고 있고, 아르주나(Arjuna)는 진리의 수레에 타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진리와 비진리 간의 전쟁이다. 산자야(Sanjaya)는 경건한 사람이다. 전쟁은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먼 곳에서 벌어졌으며 그는 그것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브야사(Vyasa)는 그에게 천리안을 주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오로지 이것일 뿐이다: 이 서사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셀 수 없는 카우라바의 자손(Kauravas)들과 판다바의 자손(Pandavas)들 사이의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내부에 덕과 악덕으로 인격화되어 있는 헤아릴 수 없는 선의 세력과 악의 세력들 사이의 전쟁이다. 폭력과 비폭력의 문제는 제쳐놓고, 이 ‘다르마-그란타’는 우리의 마음속 전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의무를 설명하기 위해서 쓰고 있다.

드리타라슈트라처럼 장님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우리 마음속에는 살고 있다. 이것은 수 천 년 전에 일어났던 전쟁이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항상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전쟁이다.

듀로다나는 드로나차리아에게 그의 제자인 드리슈타디움나(Dhrishtadyumna)가 판다바의 자손들 편에서 병력 배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양편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드로나차리아(Dronacharya)에게서 똑같은 가르침을 받았던 그의 제자들이다. 하지만 지식을 좋게 사용하느냐 나쁘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해설>

제1장 첫 구절 ‘마하바라타는 역사가 아니라 다르마-그란타’라는 대목에서 마하바라타의 한 부분이기도 한 바가바드기타에 대한 간디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이 아닌 영적인 사건으로 끌어올리는 그의 안목이 탁월하다.

드리타라슈트라왕의 백 명의 아들-카우라바의 자손-을 비진리(악)의 세력으로, 드리타라슈트라의 동생인 판두왕의 다섯 아들-판다바의 자손-을 진리(선)의 세력으로 보고 있다. 사촌들 간의 전쟁이다. 사실 천양지차의 결과를 가져 오지만 우리 마음속에서 선과 악은 가장 가까이에 있지 않은가. 다른 수많은 관련된 사람들은 양편의 어느 쪽엔가 가담하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과 악의 싸움을 객관화시켜 이렇게 실감이 나는 실제 전쟁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사실 우리 인간은 그런 속에서 순간순간을,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육체와 정신을 가진 인간 존재를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이 얼마나 소중한 싸움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가치가 더욱 숭고해짐을 느끼게 해준다.

산자야는 드리타라슈트라왕의 마부인 신하다. 왕이 장님이라 볼 수가 없어 산자야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바가바드기타는 전개된다. 산자야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므로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다. 기타의 저자인 브야사는 그에게 천리를 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인 천리안(千里眼)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악의 세력의 선봉에 선 듀로다나는 드리타라슈트라왕의 큰 아들, 선의 세력의 선봉에 선 아르주나는 판두왕의 셋째 아들이다. 바가바드기타는 주인공인 아르주나와 크리슈나신과의 대화가 전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주나를 우리 자신, 크리슈나를 각자의 믿는 바에 따라 ‘하느님(하나님), 부처님(불성), 알라신, 브라마·비슈누·시바신, 양심’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 안에 모시고 있는 신(양심)과 하루 얼마나 대화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내팽개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바가바드기타는 그러한 사실도 지적해주는 것 같다.

드리슈타디움나는 판두왕의 아들인 다섯 왕자-유디슈트라, 비마, 아르주나, 나쿨라, 사하데바-의 공동 아내인 드라우파디의 오빠다. 다섯 형제의 공동 아내가 된 것은 아들들이 ‘아주 놀라운 보배를 얻어 왔다’는 말에 그들의 어머니 쿤티가 그 보배를 보지 않고서 ‘똑같이 나눠 가져라’는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대서사시는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말하지 말라는 교훈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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