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산지천갤러리 기획전시 -'천구백팔십, 제주로부터(1980, FROM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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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산지천갤러리 기획전시 -'천구백팔십, 제주로부터(1980, FROM JEJU)'
  • 김영희
  • 승인 2023.12.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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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 갤러리에서
2023년 12월 8일부터 2024년 3월 24일까지

자연은 신이 만든 아름다움이고 예술은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다. 예술 중 음악은 소리의 아름다움이며 그림은 색채의 아름다움이다. 체득해야 하는 예술이 아닌 인식해야 하는 예술인 사진예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제주시 일도 1동에 위치한 산지천 갤러리가 그곳이다. '2023 산지천갤러리 기획전시-천구백팔십, 제주로부터(1980, FROM JEJU)’가 2023년 12월 8일부터 2024년 3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1980년대 제주는 ‘관광도시’로 거듭나던 격변의 시기였다. 70년대에 30만이었던 입도 관광객이 81년에는 71만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4년 제주 전역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해마다 천만이 넘기도 한다. 짧은 듯 길었던 시간이 흐르면서 제주는 관광과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제주의 변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작은 오솔길들은 큰 도로로 되었고, 한적했던 작은 마을에는 카페가 넘쳐난다. 제주를 가로지르는 도로들이 아직도 쉼 없이 만들어지고, 나무는 베어지고 흙은 시멘트로 메워지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아름답지만, 바닷속은 예전과 다르다. 사람도 자연도 변화의 바람 앞에서 속절없이 달라지고 있다.

79년부터 85년도에 촬영된 이갑철 작가의 초기작인 제주 시리즈는 2015년 [제주_천구백팔십] 출간 기념 전시인 <바람의 풍경, 제주_천구백팔십>(스페이스22, 서울)을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그간 작가가 사진으로 보여주었던 작가만의 독창적인 사진 언어의 시작을 볼 수 있다. 작가 특유의 표현력과 색감이 제주 풍경을 더 낯설고 신비롭게 보여준다. 다시 제주에 온 풍경 42점은 오리지널 젤라틴 실버 프린트 원본으로 전시된다. 이 중 9점은 미공개 작품으로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제주로 돌아온 과거의 제주.

이 풍경들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함께 ‘다시 보기’하고 싶다.

 

                                                                   -도록에서-

 

다만 나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던 것은, 바람이었다. 그 섬에는 바람이 많았다. 제주도는 돌과 바람이 교접하며 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파도가 갯바위를 쉼 없이 쓸어안 듯, 저 먼 바다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숭숭 구멍 뚫린 제주의 돌담 사이를 지나 내륙으로 들고났다. 그럴 때마다 꽃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여민 옷자락이 가뭇없이 풀어 헤쳐졌다. 집줄을 그물처럼 당겨 묶은 제주 특유의 초가지붕이 바람과 맞서기 위한 안간힘이듯, 사람들의 삶 속에 바람은 끌고 당기는 힘의 역항을 이루며 제주의 섬 어디에나 내재되어 있었다. 그 긴장감이 좋았다. 맞서기도 하고 따라 흐르기도 하면서 바람 속을 거닐었다. 이 사진들은 사십여 년전 내가 본 바람의 풍경들이다.

                           

                                                                  -작가의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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