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프랑스 연금개혁법 통과에 활용된 정부의 헌법적 특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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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프랑스 연금개혁법 통과에 활용된 정부의 헌법적 특권 분석
  • 허재성
  • 승인 2023.05.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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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개혁과 헌법 제49조제3항, 의회표결 생략에 따른 사회적 갈등 심화
프랑스 사례분석 통해 한국 연금개혁에 관한 시사점 도출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25일, '2023년 프랑스 연금개혁과 헌법 제49조제3항'이라는 제목의 『외국입법·정책분석』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본 보고서는 2023년 프랑스 연금개혁법 통과에 활용된 정부의 헌법적 특권을 분석하였다. 프랑스 사례분석을 통해 한국의 연금개혁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프랑스 헌법 제49조제3항에 따르면, 정부의 책임을 연계시킨 법안은 의회 표결을 생략할 수 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는 의회가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58년 수립된 제5공화국에서 정부에 유리한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다. 

헌법 제49조제3항에 따라 특정 법안이 총리의 책임과 연계되는 경우 재적의원 10분의 1의 서명을 얻은 불신임 동의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법안은 통과된 것으로 인정된다. 불신임 동의안의 표결 결과에 따라 내각이 집단 사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특정 법안에 대한 평가가 내각의 존속 여부를 묻는 문제로 대체하게 된다.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헌법 제49조제3항은 의회에서 법안의 부결 가능성을 없애고 법안을 긴급하게 통과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됐다. 여당이 하원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헌법 제49조제3항에 의존하는 사례가 있었다. 

헌법 제49조제3항을 활용하여 제정된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 및 2016년 '노동개혁법'은 사회적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친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혁에 앞서 2022년 하반기에 '2023 회계연도 재정법안'과 '2023 회계연도 사회보장기금법안'을 헌법 제49조제3항을 활용하여 통과시켰다. 

▲ 국회입법조사처 누리집 보고서 화면 갈무리

마크롱 정부는 두 법안에 헌법 제49조제3항을 각 5회씩 적용했다. 제5공화국 수립 이후 해당 조항이 총 100회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2022년 하반기에만 전체 사례의 10%가 집중된 것으로, 이는 마크롱 정부가 그만큼 의회표결 생략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연금개혁법안의 통과를 위해 헌법 제49조제3항을 다시 활용했으며, 이로 인해 전국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됐다. 연금개혁법안의 양원합동위원회 심의단계에 헌법 제49조제3항이 적용되어 상원과 하원에서의 추가적인 심의가 생략됐다. 

'재정법안' 및 '사회보장기금법안'과 달리, 연금개혁법안에 대한 헌법 제49조제3항 활용은 대규모의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가결 정족수인 287명에 미치지 못하는 278명의 의원이 찬성 의사를 밝혀 불신임 동의안은 부결됐다. 

그러나 보른 내각은 단 9표 차이로 사퇴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연금개혁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그만큼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프랑스 연금개혁 사례에서 한국이 중요하게 참고해야 하는 것은 입법 절차상의 문제가 지속적인 반발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보른 내각이 신속한 개혁을 위해 입법과정에서 의회 심의를 생략한 것은 위헌 심사의 대상이 됐으며, 법안 공포 이후에도 반대 여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연금개혁을 위해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요청되며, 국회에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 심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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