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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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2)
  • 김영희
  • 승인 2021.02.04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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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질공원 인증과 생소한 지질해설사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면 알게 된다
서로 닮은 자연의 모습들
제주도에서 가장 젊은 소금막 용암
솔숲 오솔길과 모래 해변 길
썩은다리동산에서 내려가는 길. 우람한 산방산과 그 앞으로 뻗어있는 용머리 해안이 인상적이다.
썩은다리동산에서 내려가는 길. 우람한 산방산과 그 앞으로 뻗어있는 용머리 해안이 인상적이다.

올레 10코스 시작점인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제주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제주도는 180만 년 전부터 1천 년 전까지 화산 활동 흔적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학술적 연구 가치가 높고 2010년에 섬 전체가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중문대포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9곳이 핵심지질명소가 되어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GGN)에 가입되었으며 2014년에는 우도, 비양도, 선흘곶자왈 3곳이 추가되었다. 지질 마을해설사까지 있어 카약을 타고 수상지질트레일도 가능하다고 한다. 문화해설사는 들어봤는데 지질해설사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질학적으로 비슷한 곳을 한 권역별로 엮어서 지질트레일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네스코가 정한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2007) 인증도 받았으니 이에 대한 해설사들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 많이 알려 홍보해야 제주 사람들이나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제주의 가치를 알고, 알아야 관심을 가져서 사랑하고 아름답게 가꾸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젊은 시절 처가 가족 대 식구들과 방학이 되면 육지에 있는 문화재 여행을 많이 갔다. 그때 큰 도움을 주었던 책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보면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과 함께. ‘앎과 느낌, 보임, 사랑’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선순환하는 것이 아닐까.

조금만 걸으면 썩은다리탐방로가 나온다. 거기서 썩은다리동산(표고 42m) 정상까지는 가파르지만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탁 트인 경관은 볼 만하다. 뒤돌아보면 저 멀리 눈덮힌 한라산, 중간에 있는 군산과 9코스에서 지나온 월라봉과 박수기정도 보인다. 바다 쪽으로는 형제섬과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가 보이며 진행 방향 앞쪽으로는 용머리해안, 산방산이 보인다. 작은 동산이지만 주변의 모든 것을 품은 듯한 큰 동산이다. 동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송악산, 용머리 해안, 산방산, 소금막 일대의 바위들이 바다로 뻗어나간 모양새의 선이 서로 닮았다. 사계리 해수욕장에서는 군산과 한라산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새끼 호랑이와 어미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양새 같기도 하였다. 한 어머니에게서 난 자식이 서로 닮듯이 같은 지역 대지의 여신에게서 태어난 자연들도 서로 닮는 것일까.

모래 해변길에 펼쳐진 소금막 용암들. 사람의 형상인 것도 같기도 하고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모래 해변길에 펼쳐진 소금막 용암들. 사람의 형상인 것도 같기도 하고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썩은다리 동산을 내려와 10여 분 정도 걸으면 소금막 일대에 이른다. 소금막 일대 용암은 약 5천 년 전 상천리 마을 서쪽에 있는 병악오름에서 분출한 제주도에서 가장 젊은 용암이라고 한다. 아아용암(aa lava)은 꺼칠꺼칠하고 모가 나 있는 요철이 심한 표면을 갖고 있다. 맨발로 용암을 디딜 때 ‘아아’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용암이다. 이 용암의 상층부, 클링커(clinker)층은 먼저 굳어진 용암의 껍질들이 엉겨붙은 것인데 소금막 일대에 많이 발달해 있다고 한다. 클링커층이 파도에 의한 침식이나 풍화작용에 약한 부분은 사라지고 강한 부분만 살아남아 있는 것이 지금의 형태라고 한다.

왼쪽으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송악산과 형제섬을 보면서 오른쪽으로는 우람하게 서 있는 산방산을 보면서 용머리 해안을 향하여 난 오솔길을 걷는 것은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즐거웠다.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와 즐거운 몸짓들, 소나무가 많아서인지 낙엽이 된 푹신한 솔잎들을 밟으며 걷은 기분이란! 이어서 모래길이 10여 분 펼쳐지는데 각양각색의 용암들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사진 찍으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래길의 끝자락, 크고 작은 주상절리를 직접 만질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는 곳에서 차 한 잔하며 쉬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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