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스파트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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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스파트 필름
  • 한복섭
  • 승인 2020.05.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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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플라워, ‘스파티필름’ (spathipylum ssp)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오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앞산과 뒷동산에 울긋불긋 다복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사뭇 내 마음까지도 봄바람에 살랑거리게 한다.

  한겨울을 보낸 한라산 자락에는 언제부터인가 겨우내 내린 흰 눈이 걷히고 여린 봄 햇살을 받으며 진달래꽃과 철쭉꽃들이 고운 자태로 피어있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안길, 아파트 앞뜰까지 내려와 우리네의 마음을 고향의 봄을 부르기라도 하듯, 아름답게 만발했다.

  그래서 난 해마다 새봄이 오면 어린 시절 고향 집에서의 꽃밭을 떠올리며 고향의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향 집은 아버지가 면장을 지내셨던 분의 집이라 드넓은 마당에 네모가 반뜻하여 저편 마당 한편에 인자스러운 어머니, 그리고 작은 누나가 온갖 정성을 다 들여 꾸며놓은 아름다운 꽃밭이 있었다.

  해마다 그 꽃밭에 오월과 유월이 오면 낙엽이 소소하게 지는 늦은 가을까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오월에 피는 꽃으로는 울 밑에선 봉선화로부터 피기 시작 하면 그다음 이어서 잎사귀가 넓고 붉은 반초, 노란 화국(花菊) 다알리아의 꽃과 맨드라미의 꽃은 그중에서도 제일 고왔다고 하리 만큼 우리 집의 정원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무 종류로는 천리향(千里香)과 손바닥 선인장, 용설란이 있어서 언제나 사철을 녹색으로 바라볼 수가 있어서 집안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우리 가족들은 날마다 행복한 웃음이 끊어지지 않은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한마디로 Sweet home스웨트 홈이다.

  그 정원에 더욱 아름다운 풍경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날이면 작열하는 태양 빛 밑에서 네모가 반듯한 마당 옆으로 즐비하게 아침에 피고 해 질 무렵이면 지는 채송화 꽃이 피어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빨강, 노랑, 파랑, 더욱 고운 것은 하얀색까지 곁들여 대여섯 가지의 자기의 색깔을 뽐내기라도 하듯, 다채롭게 어우러져 피어있는 꽃들의 모습은 그 시절의 생각으로는 어느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마음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필자가 이렇게 꽃을 좋아하고 가꾸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작은 누나 한 분이 계셨다.

  여고를 졸업하기까지 정서적으로 집안일을 도맡아 꾸미던 누님이시다. 아버지 어머니가 기뻐했으며, 온 가족이 그렇게 웃음꽃이 기쁨으로 가득한 가정이었다. 추억의 맨드라미 피고 지고, 아파트 베란다의 꽃잎만 보아도 절로 고았던 누님 생각에 추억의 주마등이다.

  후일 누나는 출가했다. 웨딩드레스처럼 아름답게 꾸미던 정원은 누나의 향기만의 가슴을 파고드는 듯, 오늘의 只今! 동생인 나에게 이어져 승화勝花 되고 있는지 모른다.

  어머님과 작은 누나, 이러한 정서와 서정(抒情)의 깃든 가정, 그리고 꽃들의 향연 속에서 나는 보살핌을 한 몸에 담뿍 받으며 그렇게 자라왔는지 모른다. 한겨울에는 돌담 틈새로 소복이 피어오른 수선화 향기를 짙게 맡으며 말이다. 한 세월, 모질고 힘들었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꽃들은 피고 지고 하는 가운데 덧없이 세월은 흘러갔다.

  오늘 이 순간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저편에 피어있는 꽃들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고향 집에서의 꽃처럼 자라나던 그때 그 시절이 눈물겹도록 생각을 자아낸다.

  “아~ 행복의 가득한 집 그리운 꽃동산에서의 누나야 누나야~”

  지난봄이었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서예 교육받고 오는 길 꽃집에 들렀다가 ‘스파티필럼’ 이란 예쁜 꽃을 사고 와서 아파트 베란다 작은 탁자 위에 있는 화분에다 흙을 부어 넣고 심어 놓았다.

  꽃의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외국 이름이다. 꽃 모양으로 봐서는 순결한 소녀의 의미를 심어준다는 얘기다. 원산지는 저 머나먼 이국, 북아메리카이며 꽃말은 청순한 소녀를 의미하는 꽃이라고 파란 글씨로 예쁘게 쓰여있다.

  화분에 심어 놓고 얼마 동안의 기간이 지났을까. 그 꽃이 올봄, 사월이 지나고 오월이 되자 꽃봉오리를 맺히더니 네 송이의 순백색의 하얀 꽃이 피었다.

  내 마음의 플라워‘스파티필럼’에게 아름다운 마음의 자태로 사시사철 다가가서 물을 주고 자식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돌봐준다면 꽃들도 시기가 되어 개화(開花)되면 아름다움으로 화답하리라. 그리고 하얀 네 송이의 꽃을 피운 ‘스파티필럼’의 그 고귀함이 해맑은 소녀처럼 매일 아침에 바라볼 때면 마음의 평온함과 일상의 나날들이 내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리라.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이면 ‘스파티필럼’은 조용한 하얀 웃음으로 내게 다가와서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잃어버렸던 나를 새 주인을 만남으로 새 생명을 얻었고, 뿌리를 땅속 깊이 묻어두고 물줄기를 끌어올려 돋움을 세우는 것처럼 소녀는 행복합니다.”라고.

  요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감염병이 나돌아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또한 일상日常의 바꿔놓아 생활의 감각을 잃고 있다. 삶의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한 국면을 맞은 이때 ‘새로운 시작’이란 마음의 슬로건을 내걸고 조금이나마 봄날에 온 화신인 봄꽃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봄직이-.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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