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수 김수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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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수 김수남전
  • 김영희
  • 승인 2021.11.2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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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 갤러리에서
2021년 5월 14일부터 2022년 3월 13일까지

자연은 신이 만든 아름다움이고 예술은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다. 예술 중 음악은 소리의 아름다움이고 그림은 색채의 아름다움이다. ‘사진 박수 김수남전<사람과 삶의 기록을 남기다>’이 열리고 있다. 제주시 일도 1동에 위치한 ‘산지천 갤러리’가 그곳이다. 2021년 5월 14일부터 2022년 3월 13일까지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죽기 전에 ‘굿’ 한 번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미신이라며 반대했다. 이모들은 그 한을 못 풀어줬다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를 원망하였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산 사람 소원을 왜 못 들어줬을까?’하며 때론 의문을 품곤한다. 굿이란 무엇일까?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좌절과 희망, 이런 것들을

 가장 극렬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굿판이다.

 ‘죽음이 곧 삶의 시작이고, 삶의 끝이 죽음이다.’

 죽음으로 인생이 끝난다고 하는 민족은 굉장히 슬퍼하고,

 새로운 인생을 믿는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보낸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굿이 있다. 죽음과 삶 사이의 선을 긋는 위에

 무당이 있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달래고, 가는 이들을 잘 보내준다.

                                                                                   

                                                                          -도록에서-

 

김수남은 시간이 지나면 굿은 사라지고 자신의 사진만 남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열화당과 함께 1983년부터 10여 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한국의 굿>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1989년 일본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일 년에 절반 이상은 아시아의 굿, 샤머니즘을 탐사했다. 2003년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중심지인 바이칼호 서쪽, 이르쿠츠크에서 위장 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출판과 전시에 집중하며 필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2006년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을 시도해 보기 위해 태국 치앙라이로 갔다. 산 속에 사는 리수족의 신년 축제를 촬영하고 잠시 쉬던 중 카메라를 잡고 생을 마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최후를 맞는 일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는 평소의 그의 지론대로.

2015년 유족은 김수남의 사진 및 유품들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김수남의 업적은 비단 진심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는 치열하게 삶과 작품에 대하여 고뇌했다.

   산지천갤러리 수장고에는 그의 유품이 있다.

   그 가운데 수권의 취재수첩과 공부한 흔적이 있는

   외국어 원서를 보면 그의 치밀함과 노력들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속의 김수남을 보면 괜스레 다정함이 느껴진다.

   인터뷰 영상은 말할 것도 없다. 타고 난 것일까.

   일면식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처럼 정감있다.

   김수남은 굿 판에서 무당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옆에 있던 아줌마는 머리에 쓴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곤 했다고 한다.

   누구든 그를 만나면 피붙이의 정을 느끼고, 그 또한 피사체의 심정을 헤아리며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에야 셔터를 눌렀다.     

   ‘공감과 소통’ 그의 진심은 한국의 굿판을 넘어 아시아에도 전달되었다.

 

   그는 세계의 낯섦 속에 숨겨진 인류의 친화력을 찾아 길을 나선 방랑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신성(神性)을 찾는 인류의 꿈을 채집하는 수도자, 샤먼, 순례자이다.

   ‘진정한 것에 대 한 사랑’이

   그의 발길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라고 믿는다.

   악한 것을 물리치고 선한 것을 불러들이는

   세계 각처의 ‘굿’ 마당에서 그는 국외자가 아니다.

   그는 세계의 예배자들 속에서 같이 ‘굿’을 올리며 평안을 비는 동시에

   그들 공동체에게 내리는 신의 공수를 축복으로 받을 줄 아는 선량한 ‘신도’이다.

                                                                                     

                                                                                        -도록에서-

 

* 문의: 064-7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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