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굴묵과 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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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굴묵과 정제
  • 임상배 기자
  • 승인 2023.11.01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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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묵                                                                     정제(부엌)

실내(방)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만든 굴묵은 제주의 겨울에 큰 역할을 했으며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이 스며드는 곳이 굴묵(1)과 정제(2)이다.

(1)굴묵 : 아궁이에 불을 피워 굴뚝 없이 천천히 방바닥을 따뜻하게 만든 아궁이

(2)정제 또는 정지 : 방 정도의 공간에 솥과 물통, 땔감 등이 마련되어 밥을 지을 수 있는 공간, 지금의 부엌이다.

굴묵은 방바닥 중앙에 길게 동굴처럼 뚜껑 없이 판 후 위에 넓은 돌을 깔고 흙으로 덥혀 방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아궁이에 불을 붙여 서서히 타게 하여 저녁에 불을 지피면 아침까지 따뜻하다.

방안의 추위를 이겨내는 제주에는 유일한 난방식인데 밖에서 불을 지피는 시설도 있고 방과 벽 사이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져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시설은 지금의 난방시설처럼 방안 전체가 따뜻하지는 않고 방구석의 바닥은 찬 기운이 있고, 방 가운데는 따뜻해서 방안의 있는 사람 모두가 손과 발을 따뜻한 곳인 가운데로만 모여 앉기도 하고 잘못하다가는 이불이 타는 일도 있었다.

이불이 타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굴묵에 불을 지필 때 땔감 재료부터 설명해야 이해가 될 것 같다.

당시 제주는 말과 소가 많아서 우마의 똥을 주어다가 말려서 고시락(보리 탈곡을 하고 난 보릿대 윗쪽에 보리쌀을 덮은 가시처럼 생긴 털)과 합쳐서 굴묵(동굴) 끝까지 밀어 넣어 아궁이 입구에 불을 피우고 난 다음 아궁이 입구에 맞는 넓은 돌로 막으면 아궁이에 있던 불을 서서히 타고 들어가면서 아침까지 열기가 식지 않고 난방의 역할을 해줬다.

굴묵에 불피우는 우마 똥과 고시락이 적당하게 합쳐지고 조절하여야 하는데 춥다는 이유로 고시락과 나무, 말똥 등을 깊숙이 쑤시고 불을 피우면 서서히 돌이 뜨거워져 방바닥이 따뜻해지는데, 마치 양동이에 있는 개구리가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방바닥이 타는 줄 모르게 서서히 타다 보니까 냄새가 나지 않으면 몰랐던, 초창기에 생산된 전기장판이 과열되어 예상하지 못한 화재까지 발생하는 일도 있었던 것처럼 이불까지 타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굴묵은 제주의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굴묵에 사용할 고시락(땔감) 준비하기 위하여 가을은 겨울을 나기 위한 땔감을 마련하는 일이 많았다.

부엌에 사용할 땔감은 지금은 벌판에 널려 있지만 필자가 어린 시절은 들녘에 나뭇가지며 솔잎은, 모두가 부엌이며 굴묵에 사용할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시간만 나면 들녘에 나가서 등짐을 지고 왔기에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사회는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많은 변화를 하여 방안에서는 온도 조절뿐만 아니라 비바람을 맞지 않고서 수도꼭지를 틀면 수돗물이 나오고, 전기를 꼽고 쌀을 넣으면 밥이 되고,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까지 맞으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을 집(방)안에서 해결하는 시대다.

요즘 경제적으로 모두 힘들다고들 합니다.

겨울 초지만 찬 바람이 불어 점점 날씨는 추워지고 있으며, 주변에 어려운 분들이 있는지 돌아보고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 되어야 하며, 고생했던 부모님을 상기해보면서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이 스며든 부엌과 굴묵을 생각하면서 모두 함께 다가오는 추위와 경제적 난관을 이겨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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