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의 끝없는 초원과 한가롭게 거니는 가축들은 제주의 상징적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경관의 중심에는 제주 공동체 문화의 산물인 ‘마을공동목장’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소중한 자산은 개발 압력과 고령화, 운영난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0제주 고유의 역사와 ‘수눌음’ 정신이 깃든 마을공동목장을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지켜내기 위한 제도적 전환이 시급하다.
마을공동목장은 단순한 방목지가 아니다. 척박한 화산섬 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함께 땅을 가꾸고 수익을 나누며 이어온 협력의 공간이자, 오름과 초지가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계를 보존하는 탄소 흡수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공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원 체계는 보존과 관리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목장이 개발과 방치 사이에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넓은 면적 탓에 부동산 개발의 대상이 되기 쉽고, 내부적으로도 단기적 이익과 보존 가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또한, 주민 고령화와 축산 환경 변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관리 부실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제 마을공동목장 문제는 개별 마을의 현안을 넘어 제주 전체의 정책 과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마을공동목장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조례 제정과 함께 생태계 보전 활동에 따른 직불제, 운영 지원금 등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하여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축산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승마 체험, 목장 트레킹, 생태 교육 등 융복합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존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 신탁 관리 방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주민의 소유권은 유지하되, 전문 기관이 보존과 운영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난개발을 예방하고 관리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제주가 지켜온 공동체 문화와 자연환경의 결정체다. 적절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제주의 정체성인 중산간의 풍경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이제 마을공동목장을 개발 가능 부지가 아닌,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주민과 행정, 도민이 지혜를 모아 마을공동목장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때, 비로소 제주다운 미래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