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벽 허문다던 반다비체육관, 현실은 또 다른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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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벽 허문다던 반다비체육관, 현실은 또 다른 장벽
  • 김명식 기자
  • 승인 2026.06.0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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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게이트볼 선수
정현철 선수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의 벅찬 유산인 '반다비체육관'은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인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탄생했다. 비장애인 위주의 기존 시설이 가진 높은 문턱을 허물고, '장애인이 우선 이용하되 비장애인도 함께 어우러지는' 진정한 사회 통합형 체육시설을 지향하며 건립되었다.

최근 제주에도 남원 공천포와 제주시 삼양에 반다비체육관이 들어서며 장벽 없는 코트를 꿈꾸던 장애인 체육인들의 숙원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현장의 현실은 씁쓸하다. 전국적으로 운영비 부담과 행정 편의주의 탓에 비장애인 이용 비율이 높아지며 설립 취지가 흔들리고 있는데 제주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 우선'이라는 숭고한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일반 체육시설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관한 삼양 반다비체육센터의 수영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보면 실망감이 더 짙어진다. 행정에서는 환복과 퇴실에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들어 장애인의 프로그램 이용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철저한 탁상행정이다. 신체적·인지적 특성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전체 운영 시간을 유연하게 늘려 '1시간의 운동 시간'을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도리어 편의를 봐준다는 핑계로 프로그램 시간을 줄여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운영 방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당사자의 권리를 깎아내리며 밀어내는 시설이 과연 진정한 ‘어울림’인지 묻고 싶다.

접근성의 문제도 심각하다. 남원 공천포와 제주시 삼양에 자리 잡은 반다비체육관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교통약자인 장애인이 홀로 찾아가기엔 장벽이 너무 높다. 특히 안덕, 대정, 한경을 비롯한 읍면 지역의 장애인들에게는 체육관 문턱에 닿는 것 자체가 거대한 도전이다. 휠체어 승합차나 저상버스 등 맞춤형 이동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이동권이 담보되지 않은 훌륭한 시설은 그저 소수를 위한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시설의 근본적인 정체성 상실이다. 반다비체육관은 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용 비율을 기계적으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기존 시설에서 훈련 시간을 얻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했던 장애인 체육인들이 장애인 우선 시설인 전용 공간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려나며 또다시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건물을 짓고 문을 열었다고 행정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책상 위 논리로 만들어진 획일적인 운영 방침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이제는 껍데기뿐인 통합이 아니라, 코트 위에서 땀 흘리는 제주 장애인 체육인들의 절박한 호소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진짜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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