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정리 해수욕장 인근에 ‘금배네민박’이라는 베리어프리 민박이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민박집처럼 보이지만 문턱을 없앤 입구, 방과 거실, 욕실까지 단차 없는 내부 구조, 휠체어 이동 반경이 충분히 확보된 동선 등은 이동약자와 노년층, 아이 동반 가족, 반려동물까지 고려한 설계다. 최근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령 장애인과 가족, 반려견까지 동행한 고객이 방문했는데, “여행 중 이동이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며 극찬을 남겼다. 보호자인 가족 역시 “누군가의 배려가 공간에 반영되면 휴식의 질이 달라진다”고 평가했다.
금배네민박의 대표 구낙현 씨는 이 민박을 “모두가 쉬러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모두’란 단순히 비장애인 청년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장애인·아이·반려동물·가족단위 여행자까지 포괄한다. 제주도가 불황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시대에 그는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때 노키즈존 식당에서 아이와 가족이 돌아서는 모습을 본 경험도 이러한 결심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민박의 존재는 제주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낸다. 해외 주요 여행지는 접근성 개선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관광은 아직 배리어프리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영역이다. 특히 제주도는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장애아동 가족, 보호자, 반려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시도와 의지가 쌓이는 중이다. 금배네민박은 그 변화의 작은 실험이자 현실적인 대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민박이 단순 숙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는 월정리 마을에서 배리어프리 환경을 확장하기 위해 로컬 가게의 문턱 여부를 조사하고, 장애인 보조견 스티커 제작·배포, 지역 시설 개선 요청까지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보호자와 반려동물 등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풍경이 제주에서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밝힌다.
그의 바람은 여행의 흐름 변화와도 맞닿는다. 배리어프리 여행은 단지 ‘누군가를 배려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 장애 인식 개선, 가족돌봄 부담, 반려동물 동반 여행 증가 등 사회 변화가 겹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좋은 숙소 한 곳이 사람들의 경험을 바꾸고, 경험이 수요를 만들며, 수요는 지역을 바꾼다.
금배네민박은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장애아동 가족 등에게 특히 주목할 만한 숙소다. 단차 없는 구조와 충분한 휴식감은 이동의 어려움보다 ‘쉬러 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만든다. 제주 여행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회복과 즐거움이 가능한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