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7코스: 광령1리 사무소에서 간세 라운지까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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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7코스: 광령1리 사무소에서 간세 라운지까지(4)
  • 김영희
  • 승인 2021.10.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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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하는 제주도의 세 하천
알작지왓의 바닷물과 몽돌들이 부딫쳐 내는 '사르르' 소리
제주시 탑동 마을의 추억
신의 작품과 인간의 작품
안상근 시인의 시 '하늘 반 나 반'
감귤 나무와 아버지의 추억
외도동 월대교 밑으로 월대천이 흐르고 있다.
외도동 월대교 밑으로 월대천이 흐르고 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발원하는 세 개의 하천이 있다. 산남(서귀포시)에서는 산남 최고의 하천으로 중류 돈네코를 거쳐 하류 쇠소깍으로 흘러가는 13km의 효돈천이 있다. 산북(제주시)에서는 백록담 북벽에서 발원하여 왕관바위, 삼각봉, 용진각, 관음사 곁을 거쳐 한천의 지류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방선문을 지나 용연에 다다르는 16km의 한천과 백록담 서북벽에서 발원하여 Y계곡, 어리목계곡, 천아 계곡, 무수천 계곡을 거쳐 외도 월대천에 이르는 25km의 광령천이 있다.

광령천은 질메가지에서 갈라진다. 외도 월대천으로 흘러가는 본류인 광령천과 지류인 어시천으로 나뉜다. 광령천이 흘러넘쳐 이루어진 하천이 어시천이라고 한다. 하나의 하천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은 제주도 하천 중에서는 유일한 경우다. 또 다른 발원지를 가진 도근천과 외도교 앞에서 만나 세 하천이 함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세 하천이 하나가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외도교를 지나 좀 더 걸어가면 내도동 알작지왓이 나온다. ‘알’은 아래, ‘작지’는 자갈, ‘왓’은 밭을 뜻하는 제주어다. 마을 ‘아래’에 있는 ‘자갈’이 많은 ‘밭’같은 해안을 말한다. 반들반들한 둥근 자갈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바닷물이 들고 날 때 내는 ‘사르르’ 소리가 무척이나 좋아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광령천, 어시천, 도근천의 세 하천이 합쳐져 외도교 다리 밑을 지나고 있다.
광령천, 어시천, 도근천의 세 하천이 합쳐져 외도교 다리 밑을 지나고 있다.

지금의 제주시 중심지를 관통하는 중앙로를 내려가면 만나는 마을 탑동이 매립되어 개발되지 않았을 때도 알작지왓과 비슷하였다. 수석인들도 탐내는 검은 먹돌들이 즐비한 해안이었다. 중학교 시절 그곳에 친한 친구가 살아 시험이 다가오면 밤샘 공부하러 많이 다녔다. 그 집에서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달랑 고추장 하나에 밥만 비벼 맛있게 먹었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커서 세배드리러 갔을 때 개발로 인해 다른 동네 아파트로 이사 간 친구 어머니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밤에 잠을 잘 때 바닷물이 ‘사르르’ 매끄러운 먹돌과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나 좋아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고.

개발되지 않고 남았다면 서귀포시의 폭포가 있는 해안들이 나름의 멋을 자랑하고 있는 것처럼, 제주시의 탑동 먹돌 해안도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뽐내었으리라. 지금 청소년들에게 내어준 놀이터보다 더 좋은 쉼터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아쉽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이 안타깝다.

자연은 신의 작품이고 문명은 인간의 작품이다. 인간의 작품이 신의 작품을 능가할 수 없다. 인간만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존중받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지속되려면 인류의 터전이 되는 자연이 살아 있어야 한다. 자연이 오염되면 인간도 오염되고 자연이 병들면 인간도 병이 든다는 사실을 엄연히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인간은 식물과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을 품은 자연과 같이 살아 나가야 한다. 사람과의 연대만이 아니라 자연과 모든 생명체들과도 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알작지왓의 반들 반들한 조약돌들이 파도와 함께 아름답다.
알작지왓의 반들 반들한 조약돌들이 파도와 함께 아름답다.

 

   기어코

   호박 한 덩이를 덤으로 준다

   한 해 동안 수고로움 애써 나누는 게

   하늘 덕분이라 외치며

   두 손 모은 촌로

   농사란 게 나만 한 게 아니란다

   하늘 반 나 반

 

제주태생의 안상근 시인의 시 ‘하늘 반 나 반’이다. 올레 17코스를 향하여 가던 길에 우연히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시다. 촌로처럼 겸허한 마음을 지녀야겠다. ‘하늘 반 나반’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연과 친구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 대학 시절 방학 때 육지에서 내려오면 감귤 과수원을 하시는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아침 새벽 아버지가 귤을 따시면서 귤나무와 대화를 한다는 말이 생경하게 들렸다.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도와준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듯이, 자연에게도 ‘하늘 반 나반’하는 촌로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자연과 대화하면서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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