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곳곳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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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곳곳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밤
  • 장혜경 기자
  • 승인 2021.09.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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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긴 추석연휴를 맞아 친구와 함께 오름을 찾았다는 조모씨(50)와 이모씨(50)는 어릴 적 밤나무를 오르던 기억에 밤따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작년 추석 때는 이미 밤이 다 떨어져 아쉬웠다던 조모씨는 올해도 십 여일 전에 왔으면 많았을 것 같은데 늦은 감이 있다며 그래도 높은 곳에는 아직 밤송이가 달려 있어 10미터 넘는 나무를 올라야 딸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밤은 많은 효능을 갖고 있다. 비타민C, 카로티노이드, 당지질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 되어 면역력 향상과 눈건강에 도움이 되고, 숙취해소에도 좋다. 특히 리놀렌산을 함유하고 있어 혈관 속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심근경색ㆍ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탄닌 성분은 설사를 멎게 하고 효소 성분들은 위 기능을 강화하며, 폴리페놀, 탄닌, 페롤산 등의 항산화 성분들도 풍부하여 노화를 부르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피부에 좋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식이 섬유가 풍부하여 변비 해소에 효과적, 혈압 상승을 억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 이뇨작용 등 많은 효능을 갖고 있다.

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우리 산야에 흔히 자생하지만, 지구상에 그리 흔한 종은 아니다. 북아메리카,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온대지방에 12종만이 분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키가 20m까지 자라는 약밤나무와 밤나무 두 종이 자생하고 있다.

밤나무의 유래를 보면 옛 문헌에 나타나는 중세고어에는 밤나무가 ‘밤나모’ 또는 ‘밤’으로 나타난다. 국어학자 서정범에 따르면 ‘밤’은 씨(種子)를 나타내는 우리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받>발>발암>바암>밤’의 변화를 거친 것으로 봤다. ‘밤’의 형태로 15세기 옛 문헌에서부터 현재까지 형태나 의미의 변화가 없이 쓰이다가 1880년에 간행된 한불자전에 이르면 ‘밤나모’ 대신 ‘밤나무’의 표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밤을 재배해 왔고 이후 야생화 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원산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종에 대한 중국명은 ‘日本栗(rìbĕnlì)’인데 栗(율)은 꽃과 열매가 아래로 드리워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상형문자이고, 일본명은 ‘テフセングリ(朝鮮栗 테후센구리)’인데, グリ(栗)는 ‘검은 열매(黑實)’라는 뜻으로 일본 고유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것이라 하고, 일본은 한국의 것이라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들도 정확히 그 원산지를 알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인 것이다.

밤나무와 다른 종이면서 비슷한 이름을 가진 것으로는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가 있다.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큰키나무로 울릉도에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나무의 생김새는 밤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의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나도밤나무는 잎의 모양이 밤나무와 많이 닮았지만 밤나무와는 달리 나도밤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이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하여 밤나무란 이름 앞에 ‘너도’와 ‘나도’란 접두어가 붙었을까? 이들은 원래 서로 다른 분류군에 속하지만 밤나무와 너무 많이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도밤나무에 대해서 전해져오는 흥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한 험상궂은 스님이 율곡의 집에 와서 어린 율곡을 보더니 "밤나무 일천 그루를 시주하지 않으면 이 집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것이요."라고 말했다.

율곡의 아버지는 마침 뒷산에 심어 놓은 밤나무가 있어서 그것을 시주하겠다고 했더니, 스님은 산에 올라가서 밤나무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세 번이나 세었는데도 구백 구십 구 그루 뿐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때 숲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요"하고 외쳤다.

그러자 그 괴승은 호랑이로 둔갑하여 멀리 도망쳐 버렸다. 율곡은 자라서 훌륭한 학자이면서 정치가가 되었다. "나도 밤나무요"하고 외친 이 나무는 모양새가 진짜 밤나무와 매우 닮았다하여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나도밤나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출처 : 국립중앙과학관,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Daum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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