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공급 정책 성공하려면 … 예산 확보 등 과제 해결해야
- 공공주택, 집 걱정 없는 제주 프로젝트④ - 주택도시기금 지방화로 재원 조달 방안 마련해야 - 지원주택과 같은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하는 정책 필요해
현재 제주도는 주택가격 상승, 1인 가구 증가, 높은 가계부채 등 다양한 주거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제주도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삶의 터전을 잃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청년 인구유출과 인구감소로 이어지면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고, 지역경제가 침체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협하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 오스트리아 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빈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45%로 우리나라 8%에 비해 매우 높다. 공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의 세입자 권리는 철저히 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 세입자가 원하면 자식에게 계속 물려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정성도 높다.
주거 안정성은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전체적인 사회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빈의 사례는 다른 도시들이 주거 정책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러한 점에서 빈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시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주거복지는 도민들의 기본권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제주도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1만 2천 가구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년 2천 4백 가구 이상을 공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제주도와 관련 기관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주택도시기금 지방화 필요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예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예산이 곧 정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산 확보는 정책사업 성패와 직결된다.
제주도가 법정계획으로 2027년까지 수립한 주거종합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9,525억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7년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서 매년 적게는 1,500억원에서 많게는 2,8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제주도 재정자립도는 30%대 수준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부채 역시 1조 2,000억 원으로 지방채 발행도 쉽지 않다. 제주도 차원에서는 다양한 공공주택 및 주거지원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재원조달 등 추진동력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 어려움은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는 예산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주택도시기금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2015년 「주택도시기금법」 제정을 통해 조성·운영되고 있다.
2024년 수입 및 지출계획 규모가 약 105조 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업비를 제외하고도 약 27조 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주택도시기금을 지방정부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한다면 지역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 사업에 중요한 재원조달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논의도 활발하다. ‘주택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2023년 김두관 국회의원실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 날 참석한 천성희 SH도시연구원장은 "본질적으로 주거안정,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택도시기금의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송두한 GH도시주택연구소장은 "주택도시기금의 구조개혁을 통해 개발사업의 공정한 경쟁구조를 이루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의 시작"이라고 피력했다.
김두관 국회의원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제9조(기금의 용도) 관련 지방공기업에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중앙정부의 경직된 기금운영에서 지역 특성이 반영된 유연한 기금운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주택 변신은 무죄
공공주택 공급에 민간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보통 공공주택의 공급주체는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하지만 협동조합, 비영리 민간기관 등 사회적 경제 주체를 참여시키는 유연한 방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을 통해 수익을 내기보다 공공기관과 같이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고, 지역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회적 경제 주체를 육성·참여시킨다면 행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를 비롯해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조례를 제정하여 사회적경제 단체를 공공주택의 공급 주체로 육성하고 있다.
공공주택 정책이 ‘양적인 공급’ 위주에서 수요자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질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지원주택정책이다. 지원주택은 주거와 지원서비스가 결합한 방식이다.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 신체적 혹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층, 위기 상태의 청년 등이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기 집을 유지하면서 자립 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주택에는 자립 생활을 돕기 위한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입주자 통합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일상생활부터 지역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도 꼼꼼하게 챙겨서 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한다. 한 입주자는 “지원주택에 사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에요. 그전에 생활보다는 100배 더 좋아요” 라고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협조를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