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자 시인,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발간
네 번째 시조집 출간
김신자 시인의 네 번째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을 세상에 출간해서 빛을 보고 있다.
시조집 속에는 시의 제목에서 ‘빈 올레 돌다, 말산디 보말산디, 옴막, 옴막해불라, 숨빌락, 섬메섬메, 왈락, 곱앙갈락, 물마중, 하영, 울멍시르멍’ 등 소멸 위기 ‘제주어’가 가득 살아 숨 쉬는 작품 65편의 시조가 수록되어 있다.
김신자 작가는 ‘시인의 말’을 통해 “애틋한 밑줄 하나 못 그은 그런 오후엔 말도 시들고 글도 죽고 정신도 죽는다며 미끄러지는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 나를 기다리는 모든 것들에게 풍경이 되어주던 것을 생각하니 알몸의 언어들이 봄으로 돋아났다.”라며 “그래서 비비작작 시의 집을 지어서 단골집 하나 가진 듯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자신의 유년기는 주로 바다와 대화했고 자신이 쓰는 어른의 말은 모두 바다로부터 온 것이다.”라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언어적 유산이다.”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쓰는 어휘와 문체 또한 어머니의 내면에서 발원했고,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바다에서 발원했다.”라면서 “분명 버려진 풍경이었지만, 어머니로 인해 따스한 풍경이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주어는 어머니의 입말이기 때문에 빛나는 언어이다.”라고 했다. “예술적 감각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 대상에 대한 전통적 관습을 새롭게 재해석할 때 가능하다.”라고 했다. “‘첨단’과 ‘다름’만이 현대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며 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언어에 반영된 문화와 정신까지 사라져 인류의 중한 자산이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 했다.
김 작가는 “‘어머니’란 97년 된 나무가 사라지니, 그 나무에서 들려오던 바람의 말들도 모두 사라졌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긴 팔은 ‘그리움’이라 했던 것처럼 김 작가도 ‘그리움’이란 팔을 어머니에게 뻗었는데, 위태위태한 팔을 누가 뚝 잘라버린 것만 같다.”라고 했다.
김 작가는 “그만 아기가 되어 한참 동안 보듬고 쓰다듬고 그 나무에 얼굴을 파묻혔을 때 맥박소리가 들려오더니, 용수리 바다가 아장아장 걸어 나오고 해안선이 출렁거리고 몽실몽실한 어머니 젖의 힘으로 여태껏 환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했다.
이어 “살 것도 때론 못 살 것도 같았던 통증은 환청처럼 돌아와 아까징끼 바르고 다시 놀러 나온 아이처럼, 제주어를 ‘오고셍이’ 간직하고 싶어서 꼬물꼬물 물꼬를 틀었다.”라며 김 작가는 자전적 시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조유영(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은 “시인에게 늘 유년의 아픔과 그리움의 장소인 용수리 바다는 이번 시조집에서는 더 큰 파도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의 아름답고 풍성한 제주어는 어머니에 대한 감각적 기억과 함께 작품에 소환된다.”라며 “시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제주의 바다와 그 속에 켜켜이 쌓아 놓은 삶의 흔적들을 제주어로 풀어내는 솜씨가 더욱 능숙해진 듯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신자 시인에게 시는 모양 다른 돌들을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제주의 돌담처럼, 제주어로 쌓아가는 기억이며 그리움인 모양이다.”라며 “김신자 시인의 이번 시조집이 제주의 따스하면서도 강렬한 봄볕처럼 독자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표사를 통해 전했다.
한편 김 작가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출생으로 1994년 「한라산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하여 2001년 「제주시조」 지상 백일장 당선, 2004년 「열린 시학」으로 등단,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석사)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제주어시조집 「당산봉 꽃몸살」 , 「난바르」 , 시조집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제주어수필집 「그릇제(契)도 매기독닥」, 「보리밥 곤밥 반지기밥」 등이 있다.
현재 제주문인협회 회원,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사)제주어보전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섬메섬메」
중심을 잡으라고 섬메섬메 어르네
세상도 내 마음도 게걸음 비틀비틀
그대로 꼬꾸라져서 일어나지 못하면
어머니 어르는 노래, 나도 따라 어르네
넘어지면 섬메섬메 잘 서라고 섬메섬메
온종일 살길 헤매어도 허기지던 그 시간
김신자의 시 「섬메섬메」 전문
「빈 올레 돌다」
벚꽃 피면
습관처럼 그대가 생각나듯
살갑던 연심엣말
날리는 꽃잎 몇 점
당신의 흔적들이 모여
나풀나풀 떨어지네
내 몸에
아니 네 몸에
이 골목, 이 땅 위에
누군가 오래도록 기다릴 것만 같아
저 향기
바람이 밀어
피다만 꽃이 진다
허기진 이런 봄날
수신도 발신도 없는
목젖을 짓누르는
아픔의 시가 되어
온종일 빈 올레 돌다
초록 싹을 틔우네
김신자의 시 「빈 올레 돌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