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21코스: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바당까지(4)

영등의 바당 하도어촌체험마을 풍농신인 영등 할망 하도리 해녀들의 꿈 '땅 끝에 있는 오름' 지미봉 제주도의 4대 철새 도래지 구좌읍 하도리 창흥동은 제주도 최대의 철새도래지

2023-11-25     김영희
멜튼개를 지나니 저기 '영등의 바당 하도어촌체험마을'이라 새겨진 바위 표지석이 눈에 띈다.

멜튼개를 지나니 저기 ‘영등의 바당 하도어촌체험마을’이라는 바위에 새겨진 표지석이 눈에 띈다. 영등은 제주의 바람의 여신이다. 음력 2월 초하루에 한립읍 귀덕리 복덕개 포구로 들어왔다가 2월 15일에 우도로 제주를 떠난다. 하도리 바다를 통해서 우도로 빠져나가는가 보다. 종달리 바당도 지날 터인데 하도리에서 ‘영등의 바당’이라는 표지석을 본다. 무엇이든 먼저 써먹는 사람이 임자다.

영등신인 영등할망이 제주에 묵을 때 제주 바다는 특히 험난하다. 영등할망이 지날 때 조개류를 다 까먹고 껍질만 남겼다가 떠날 때 제주 바다를 맑게 해주고 씨를 뿌리며 떠난다. 풍농신(豐農神)이다. 영등신을 달래기 위해 음력 2월 1일에 환영하는 예식인 ‘영등맞이 굿’과 2월 14일에는 떠나보내는 송별제를 성대히 치른다. 영등신을 떠나보내야 비로소 제주의 봄은 시작된다.

하도해수욕장엔 드문드문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하도리 바다는 영등할망이 지날 만큼 해안선이 제주에서 제일 길고 굴곡진 마을이다. 그래서 해녀도 제일 많은 마을이 되었을까. 자연이 인문 환경을 만드는 것 같다. 하도리 해녀들은 하도리와 우도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자맥질하며 바다 밭이 주는 식량을 얻었으리라. 우도를 바라보며 백령도, 대마도에 대한 출가 해녀의 꿈도 꾸었으리라. 제주 해녀박물관도 그동안 세화리인 줄로만 알았다가 올레길을 걸으며 하도리에 있는 것임을 알았다.

하도해수욕장을 지난다. 드문드문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철새도래지와 바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바로 앞에 지미봉 서 있다. 지미봉은 종달리에 있다. 이름도 ‘땅끝에 있는 오름’이란 뜻을 가진 지미봉(地尾峰), 나의 올레길 여정도 이제 종착역이 보인다. 제주올레 제1코스인 서귀포시 성산읍, ‘시작하여 일어나는 마을’의 뜻을 지닌 시흥리(始興里)를 시작으로 마지막 21코스인 제주시 구좌읍, ‘마쳐서 도달하는 마을’의 뜻을 가진 종달리(終達里)의 지미봉에 다다르고 있다. 옛날 제주 목사의 행차 길이 그랬다고 한다. 마치 목사가 된 양 거닌 셈이다.

하도리 철새도래지와 바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난다. 바로 앞에 지미봉이 서 있다.

제주도에는 4대 철새도래지가 있다. 구좌읍 종달리·하도리 해안, 성산읍 성산리·오조리·고성리 해안, 한경면 용수리 저수지 일대, 조천읍 북촌 다려도 일대다. 특히 구좌읍과 성산읍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한 희귀종이 많이 찾아 매년 국내외 탐조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이 지역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이라 다양한 해양생물이 살고 있어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구좌읍 하도리 창흥동은 제주도 최대 철새도래지다. 원래 염습지인데 주변에 용천수들이 흘러들어와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하다. 또한 인근 올레 21코스의 지미봉과 1코스의 두산봉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갈대를 비롯한 갯가에서 자라는 풀들이 철새들에게 좋은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탁 트인 에머랄드빛 바다, 소처럼 누워있는 우도, 단좌한 지미봉, 철새도래지의 철새들! 자연이 주는 무상의 호사를 누리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