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20코스: 김녕 서포구에서 제주 해녀박물관까지(9)

분꽃이 가져다 주는 소소한 행복 한와 지붕의 어느 소담한 집의 소박한 주련 글씨 올레길은 치유의 길, 체력 단련의 길 '벵디길'과 평대리, 그리고 세화리 해녀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제주 해녀박물관 제주의 물때와 제주 바람의 종류

2023-09-13     김영희
한동리 계룡동을 지나는 데 저 멀리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한동리 고태문로를 지나 밭 사잇길과 동네 길을 지난다. 바다에 가까운 마을이어선지 길 위엔 모래가 날아와 쌓여 있다. 한동리 계룡동을 지나는 데 저 멀리 다랑쉬 오름도 보인다. 귀여운 오솔길 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보며 지나니 벌써 평대리다. 한 길가 자그만 평대 해수욕장은 폐장을 했다. 8월 31일 19:00에 폐장하여 수상 안전요원이 철수했으니 안전사고에 주의하라는 플래카드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길가에 핀 하얀 샤프란 꽃과 연분홍 해당화와 눈 맞추며 제주해녀문화학교 간판이 있는 평대어촌계를 지난다. 한동리 들판에서 만났던 수줍은 분꽃을 마을 오솔길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이번 올레길로 분꽃과 친구가 되었다. 요즘 분꽃은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조그만 화단에 심어진 분꽃과도 오고 가며 매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올레길 옆 한와 지붕의 어느 소담한 집의 소박한 주련 글씨가 눈길을 끈다.

올레길 옆 한와 지붕의 어느 소담한 집의 소박한 주련 글귀가 눈길을 끈다.

 

     봄 새싹은 비를 만나 옥 같은 꽃을 피우고(春芽遇雨玉花發)

     가을 이삭은 서리를 맞아 황금 같은 열매를 드리운다(秋穗經霜金實垂)

 

전봇대 옆 무궁화꽃이 핀 길가 잔디에 앉아 물 한잔을 마신다. 더운 날 시원한 물 한잔은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보다 더 맛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이어선지 저 멀리서 바람에 실려 오는 어머니와 딸이 마실 가며 나누는 대화 소리가 새소리 같다.

자연에서의 쉼은 지난 한 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이래서 올레길이 나에게는 좋다. 치유의 길이다. 동시에 체력 단련의 길이다. 실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실외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저절로 운동하는 것이 더 좋다.

간세다리가 안내하는 평대리의 '벵디 길'이 보인다.

간세다리가 안내하는 ‘벵디 길’이 보인다. 평대 마을은 ‘벵디’라고 불렀다. 벵디는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다. 제주어 ‘벵디’가 한자어로 음역하여 ‘평대’가 된 것 같다. 벵디 속에는 평대 마을의 유래가 잘 담겨있다. 여느 집 울타리 너머 무르익어 가는 감을 바라보며 한길 하나를 건너니 세화리다.

세화리(細花里)의 옛 이름은 ‘가는(細) 곶’이다. 곶은 수풀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아끈 다랑쉬에서 세화리 남측으로 가느다랗게 뻗은 나무숲을 일컫는 이름이었다가 곶을 꽃(花)으로 미화하여 세화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세화해수욕장은 폐장을 하였지만 드문드문 늦더위를 즐기는 사람들과 신혼부부가 웨딩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맞은 편 세화오일장은 장날이 아니라 그런지 오늘은 닫혀 있다. 10여 분 더 걸어가니 제주올레 20코스 종점인 제주 해녀박물관이다.

세화 해수욕장은 폐장하였지만 드문드문 늦더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해녀박물관 안팎의 전시물들은 해녀들로부터 기부받은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밖에는 제주해녀항일운동비가 세워져 있다. 박물관 앞 정원이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인 1932년 1월 시위에 참여한 해녀들의 2차 집결지였다. 해녀 항일운동은 법정사 항일운동과 조천 만세운동과 더불어 제주의 3대 항일운동 가운데 하나다. 1931년부터 1932년 1월까지 3개월간 세화, 하도, 종달, 성산, 우도의 해녀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일제강점기 전국 유일의 여성주도 항일운동이며 최대의 어민운동이었다.

해녀박물관 안에서 물때와 바람의 종류를 안 것은 나에겐 커다란 소득이었다. 매달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사흘 경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을 때를 ‘조금’이라 하고, 보름과 그믐날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클 때를 ‘사리’라고 한다.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을 때인 조금을 제주어로 ‘한줴기’라 하며 한줴기를 중심으로 한물, 두물, 세물....열두물까지 세어간다. 일곱물 때가 보름, 그믐날로 사리에 해당한다. 선조들이 자연을 관찰하는 정확한 눈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해녀박물관 안의 해녀들이 인터뷰한 영상물에서 해녀들의 강인한 정신과 삶, 가정과 제주 경제에 이바지한 모습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샛ᄇᆞ람,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갈ᄇᆞ람,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ᄇᆞ람,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하늬ᄇᆞ람이라고 한다. 갑자기 이는 폭풍을 강쳉이, 여름 장마철 남쪽에서 강약을 달리하면서 잇달아 부는 바람을 건들마, 회오리 바람을 도껭이라 부르는 명칭이 재미있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외에 해녀의 물질하는 도구, 제주의 세시풍속, 해녀의 집, 해녀 작업장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해녀들과 인터뷰한 영상물에서 해녀들의 강인한 정신과 그녀들의 삶, 그리고 가정과 제주 경제에 이바지했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