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출간

모든 얼굴들의 뒤편에서 고요를 만나는 순간을 담다

2022-10-25     장혜경 기자

서안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서안나 시인은 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부터 세 번째 시집 『립스틱 발달사』에 이르기까지, 현실 세계에서 이뤄지는 ‘의미의 난개발’을 막고 거기에 ‘사랑’이라는 천막을 지은 채 유목하는 아토포스적 미학을 보여주었다.

이재복 평론가는 문명의 잔혹함 앞에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떨림의 시를 보여준 서시인에 대해 “세계 내에 자리한 문장을 발견해 내는 고도의 시적 성찰로서의 사랑”을 시인이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임지연 평론가는 “당신이라는 영원한 타인에게 보내는 비범한 사랑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단독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문명이라는 허구의 풍경 너머에 있는 ‘당신’을 끊임없이 호명해온 시인은 이번에 펴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를 통해 그동안 마주쳐온 비문명의 이미지들을 ‘고요’라는 그릇에 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은 1부에서 손톱의 서정 외 16편, 2부에서 첫사랑 외 15편, 3부에서 슬픔의 좌표 외 12편, 4부에서 불량사막 외 13편의 작품에서 시인이 보여준 결기를 통해 독자들은 시인이 발견한 또다른 사랑 안에 머물며 우리 모두가 그리워해왔던 근원적인 ‘당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만난 수많은 사물들의 얼굴과 그 얼굴 뒤편에 있는 고요를 만나기도 한다. 그 고요의 내부에 불타는 눈동자를 만나기도 한다”고 시인은 시집 출간에 앞서 한 매체에서 밝힌 적 있다. 그녀가 사랑해온 타자는 문명과 자연을 화해시키는 게 아니라 서로 대립시킨다. 하지만 반문명의 에너지를 지닌 듯한 그 ‘불타는 눈동자’는 궁극적으로는 ‘평소에 잘 나타나지 않는 세계의 숨겨진 얼굴을 들추어 내는’ 힘을 담고 있다. 즉 문명이 우리에게 뒤집어 씌운 거짓 풍경을 지워내고 그 위에 진실한 생명의 씨앗을 뿌리려는 내적 열망으로서의 ‘결기’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소멸’이 아니라 ‘창조’를 꿈꾸는 그러한 열정을 시인은 타자에 대한 새로운 사랑의 질감으로서 이번 시집에서 표현해냈다.
 

개의 목줄을 놓아버리면 개는 새가 될까
여름에는 멍청한 벌레를 그릴 거야

-「명랑 용어 사전」부분(본문 20~21쪽)


취한 손으로 천 마리 새를 쓰다듬었다
새를 만지면 온몸이 가려웠다

-「소년들의 세계사 2」부분(본문 40~41쪽)


갓 배달된 1년생 새를 심었어요. 무채색의 새는 눈이 어둡습니다.
검은 것들은 어둠을 치는 기분입니다.
새는 나쁜 계절 쪽으로 한 뼘씩 자라고. 종이 인형처럼 잘 찢어집니다.

-「새를 심었습니다」부분(본문 22~23쪽)
 

젖은 침대 속으로 뱀들이 지나간다
생레미 정원의 해바라기가
개처럼 짖는다, 새가 외국어로
울고 간다

-「반 고흐」부분(본문 44~45쪽)
 

새는 내 눈에만 보이는 통증
누가 죽은 새를 내 머리 속에 넣었나
나는 늘 길을 잃었다

-「새라는 통증」부분(본문 102~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