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3 미술제(2)
산지천 갤러리에서 2022년 4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자연은 신이 만든 아름다움이고 예술은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다. 예술 중 음악은 소리의 아름다움이고 그림은 색채의 아름다움이다. ‘2022, 4·3미술제 <봉인된 풍경>’이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제주시 삼도 2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구 제주대학교병원)와 제주시 일도 1동에 자리한 산지천 갤러리가 그곳이다. 2022년 4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다.
2차 세계 대전 후 해방을 맞은 식민지의 민중들은
평등이라는 이념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봤습니다. 한반도 민중 또한
평등의 이념 속에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민중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남한 단독 선거와 한반도 분단을
획책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려 했습니다.
이에 한반도 민중은 거세게 저항하였고,
제주 4·3은 무장투쟁을 통해 반미와 반분단 그리고 한반도 민중의 주인됨을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였습니다.
미국과 그 힘에 기댄 자들에 의해 4·3은 좌절되었고,
4·3이 꾸었던 주인의 꿈은 무의식 속에 봉인되었습니다.
주인의 꿈이 좌절된 이후 남한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노예의 드라마였습니다.
미군에게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양공주를 부정했고,
일본과의 수교를 위해 강제징용자와 위안부를 부정했고,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 베트남전의 용병임을 부정했고,
미군에 의한 학살이 확인되었음에도 노근리를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애기장수’의 날개를 자르고 죽여야만 했던 부모의 심정으로,
자식에게 되물림하지 않기위한 몸부림으로 써 내려간 노예의 역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87년 절차적 민주화를 성취하였습니다.
이제 노예의 자식은 주인이 되었습니다.
권력과 자본은 총, 칼 대신 법과 절차를 통해
개발과 성장의 이데올로기를 완성하였고,
노예의 자식은 그 이념을 내면화함으로써 주인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4·3의 무의식 속에 봉인되었던 주인의 귀환일까요?
여기 또 다른 역사가 있습니다.
탑동, 사패산, 새만금, 청성산, 대추리, 강정, 밀양...
모두 좌절과 실패의 기록들입니다.
몸뚱이 하나로 개발과 성장에 맞선 기록들입니다.
권력과 자본만이 아니라
개발과 성장으로 무장한 이웃들의 장밋빛 미래와 싸워야 했기에
그들은 늘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패배를 알고도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하나 뿐인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허상임을 알았기 때문일까요?
그들이 주장하듯 생태주의, 평화주의가 불문의 가치이기 때문일까요?
지구를 둘, 셋으로 늘려 넘침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열이어도 하나인 양 모자람을 공유하는 것이 옳음이고,
그 옳음을 위해 절망을 견디고 불안한 미래의 빗장을 여는 것이 용기이기에,
그들은 그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그 길은 4·3의 마지막 무장대가 한라산에서 7년을 버티며
꿈꾸었던 주인의 길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신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신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좌절된 주인의 꿈과 노예의 자기부정을 지켜봐야 했던
신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봉인된 풍경을 깨치고 나올 자는 누구인가요?
피로 물든 ‘오리정’을 씻어낼 자는 누구인가요?
1만 8천 신을 청하여 입춘을 열어갈 자는 누구인가요?
날개 잘린 애기장수가,
좌절한 과거가,
머지않은 미래가
4·3 희생자와 함께 현재의 우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4·3미술제 조직위원회(도록에서)-
참여 작가(산지천 갤러리):
강동균 고경화 고승욱 김수범 김승민 김영화 김영훈 김주석 노순택 박영균
박정근 박종호 손유진 신이피 안수연 양천우 오석훈 용해숙 이말용 이지영
전정호 정연두 정요택 정유진 정정엽 최소형 클로이 강Kloe Kang 콩유잉Kong Yiu Wing 타이라 준TAIRA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