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한 조사에서 시작되는 청렴
김지연 /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주무관
복지는 필요한 곳에 정확히 닿을 때 비로소 제 의미를 갖는다. 사회보장급여 통합조사는 급여를 신청한 가구의 소득과 재산, 생활 실태를 살펴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 일을 공정하게 해내는 것이 곧 청렴을 실천하는 길이다.
흔히 청렴이라 하면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는 것, 사적인 이해관계를 업무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공직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선이다.
그러나 조사 현장에서의 청렴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구에게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일, 어려운 사정에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자료가 말하는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일, 그리고 그 판단의 이유를 신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까지가 모두 청렴의 영역이다.
조사 업무를 하다 보면 공적 자료와 실제 형편이 다른 경우를 종종 만난다.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이 처한 어려움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수록 신청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사실과 근거를 차분히 맞춰 보아야 한다. 공감은 마음을 열게 하고, 원칙은 조사를 바로 세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온전한 답에 이를 수 없다.
조사는 신청인에게 때로 불편한 과정이다. 통장 내역을 제출해야 하고, 가족관계를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같은 절차라도 담당자가 어떤 태도로 다가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자료를 요청할 때는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결정 이후에는 결과와 함께 이의신청 절차나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지원을 안내하는 것. 이런 과정이 쌓여야 신청인은 결과가 어떻든 조사자를 신뢰할 수 있다.
시민이 복지제도를 믿게 되는 순간은 법령을 읽을 때가 아니다. 자신의 사정이 존중받고, 같은 사안이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다뤄진다는 것을 느낄 때다.
부정수급을 막는 일과 꼭 필요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일은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준을 끝까지 흔들림 없이 적용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제도에 대한 신뢰는 결국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청렴은 거창한 결심의 순간에 드러나지 않는다. 서류 한 장을 더 꼼꼼히 확인하는 것, 모호한 사안을 혼자 판단하지 않고 팀 안에서 함께 검토하는 것, 결과를 전하는 전화 한 통에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이는 것. 하루하루 마주하는 상담 한 번, 조사 한 건에 청렴은 조용히 쌓여 간다.
사정은 충분히 듣되 기준은 놓지 않는 것. 이 단순하고 단단한 원칙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지원을 이어 주고, 복지에 대한 믿음을 지켜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