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깨진 보도블록 한 장의 무게와 ‘안전신문고’
현영혜 / 서귀포시 정방동주민센터 안전협의체
평소 어린 손녀의 작은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일상의 사소한 틈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덜컹거리는 보도블록 한 장, 골목 모퉁이의 불법 적치물, 깜빡이는 가로등 하나가 그렇다.
손녀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은 비단 가족으로서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 치우겠지’ 하며 넘긴 결함은 때로 이웃의 평온한 하루를 멈춰 세운다. 어르신이나 아이들에게 튀어나온 보도블록 한 장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큰 낙상 사고로 이어진다.
대형 사고 전 수많은 경미한 징후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은 바로 우리 골목의 이야기다.
정방동 통장이자 안전협의체 위원으로 정기적으로 캠페인 및 플로깅을 나설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행정에서도 애쓰고 있지만, 골목 안쪽 일상의 모든 반경을 실시간으로 살피기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보이지 않는 틈을 가장 빠르고 든든하게 메워주는 힘은 매일 그 길을 딛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다정한 시선과 관심이다.
그 따뜻한 연대의 도구가 스마트폰 속 ‘안전신문고’다. 안전신문고는 단순한 민원 창구가 아니다.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 사진 한 장을 찍어 전송하는 1분의 실천은, 뒤이어 그 길을 걸어갈 손녀와 이웃을 지켜주는 가장 성숙한 배려이자 사랑이다.
실제로 신고를 통해 위험 요소가 정비되고, 말끔해진 골목을 이웃들이 안심하고 오가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른다.
내 작은 관심이 손녀와 이웃의 하루를 지켜냈다는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다. 오늘 걷는 길 위에서 작은 위험을 마주한다면 안전신문고를 열어보면 어떨까.
잠시 보낸 작은 신호 하나가 우리 가족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