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청서 너머, 농업인의 삶을 생각하며
현다연 /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주무관
첫 출근 날에는 직장생활이 처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공무원으로 일하게 됐다는 책임감까지 더해지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면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농업행정 업무를 배우고 있는 지금, 낯선 일 앞에서 느꼈던 떨림은 조금씩 책임감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는 계절근로자 지원사업이다. 서귀포에서는 감귤을 비롯한 여러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도 많다.
나는 신청 내역을 정리하고 지원에 필요한 자료를 확인했다. 자료 속 정보 하나가 잘못되면 농가가 필요한 때에 일손을 지원받는 일이 늦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미 확인한 내용도 다시 살펴보곤 했다.
유기농업자재 지원사업을 맡으면서는 친환경농업의 의미도 생각하게 됐다.
농업인이 지원 목적에 맞는 자재를 구매했는지 확인하려고 완료보고서와 검수서, 견적서 같은 증빙서류를 검토했다.
처음에는 확인해야 할 서류로 보였지만, 하나씩 살펴볼수록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토양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자재를 선택한 농업인의 고민과 노력이 떠올랐다.
일을 하며 농업행정은 서류 처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청서와 증빙서류는 공공예산이 올바르게 쓰였는지 확인하는 자료면서, 농업인의 정직한 노력이 정당한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서류 너머에 있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