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함께 만드는 건강한 사회

고은지 / 서귀포시 건강증진과 주무관

2026-10-30     유태복 기자
고은지 주무관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 「나를 지키는 삶의 내공」을 준비하면서 마음속에 오래 남는 생각이 하나 생겼다.

정신건강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 마음이 힘들 때도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견디는 강인함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을 돌보는 힘이다.

마음과 몸의 건강이 균형을 이루고 서로를 지탱할 때 우리는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다.

센터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시민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미리 살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예방과 정신건강증진사업도 추진한다.

이미 아픔을 겪는 분들을 돌보는 일과 더 많은 시민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치료와 돌봄, 예방과 증진이 균형을 이룰 때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안전망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때와 달리,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사업을 담당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돌보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소외되거나 도움받기를 주저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기에 보람과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26일 행사를 마치고 나니 준비하는 동안의 고민과 노력이 더욱 뜻 깊게 다가왔다. 많은 시민이 행사장을 찾아 함께해 주셨고, “좋았다”, “유익했다”는 따뜻한 말씀도 건네주셨다.

그 한마디에 그동안의 수고가 보람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이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공무원으로서 내가 하는 일이 시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나아가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었으면 한다.

마음이 힘들 때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도 편견 없이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며,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사회. 내가 맡은 자리에서 하는 일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릴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를 지켜주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도 간호사이자 공무원으로서 내가 맡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이어가고 싶다.

오늘 내가 돌보는 한 사람의 마음과 작은 실천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언젠가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