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2명 중 1명, “기후재난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겪어”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브리프 발간 경제적 손실 넘어 ‘돌봄·심리’ 등 일상적 피해 심각

2025-12-19     김명식 기자

제주 지역의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폭염과 폭우 같은 기후재난이 도민들의 일상을 넘어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도민의 기후재난 피해 경험과 정책 시사점’ 브리프에 따르면, 도민들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이상기후를 겪으며 다층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도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피해는 뜻밖에도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56.8%)’이었다. 이는 개인 소득 감소(19.3%)나 농작물 피해(17.5%)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기후위기가 일상적인 심리 방역 체계까지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제주여성가족연구원

피해의 양상은 인구 특성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생계·경제적 피해는 읍면 지역 거주자, 남성, 50·60대 장년층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돌봄·건강 피해는 여성, 30대, 고령층,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은 기후재난 발생 시 병원 이용이 어려워지거나 가사 및 자녀 돌봄 시간이 늘어나는 연쇄적인 부담을 겪고 있었다.

심리·정서적 피해의 경우 20·30대 청년층과 미취업자, 고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불안감을 보여,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에게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출처=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를 진행한 고지영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기후 적응 정책이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난 피해가 전 도민의 일상으로 확산된 만큼, 이제는 직업, 돌봄 부담, 건강 상태 등을 포괄하는 ‘생활 조건 기반’의 다층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주요 정책 과제로는 ▲제주 특화형 기후재난 대응 체계 구축 ▲야외 노동자 및 중장년층을 위한 생계 보호 강화 ▲기후 불안 해소를 위한 심리 상담 및 회복 프로그램 확대 ▲재난 시 돌봄 공백 예방 시스템 마련 등이 제시되었다.

문순덕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은 “기후위기는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번 조사가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인지적 기후 정책을 수립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