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자기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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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자기구제
  • 한복섭
  • 승인 2019.12.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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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자기 구제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우리는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재롱을 피우는 모습에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인간의 고통을 극복한 순수한 자비의 발로에서 나온 미소이다.
 
유년 시절에 오성과 한음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 속의 일화를 보면 선조 대왕은 어느 날 하루는 오성의 선천적 지혜를 높이 평가했지만, 하루는 오성을 당황하게 하려고 모든 신하에게 미리 부탁하여 달걀을 준비하여 내일 아침 군신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오성에게는 부탁하지 않았다.
 
군신 회의가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선조는 갑자기 생달걀을 먹고 싶군!” 대왕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신하는 품속에 간직한 달걀을 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오성은 갑자기 달걀을 바칠 수가 없었다.
 
선조는 오성을 향해 (왜 그대는 달걀을 구하지 못했는가?) 속으로 이번에는 오성이 당하겠지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성은 선조에게 오 채 두 치 절을 한번 하고서는 신하들을 향해서 "꼬기대 꼭" 하며 수탉 우는소리를 하고서는 "대왕이시여 여기 헌납한 달걀은 제가 만든 달걀이고 저는 수탉이라. 달걀이 없습니다."
 
선조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마 오성이 번뜩이는 지혜 앞에 자기의 어두운 가슴이 밝아졌으리라. 우리들의 웃음을 얻었을 때 그 차이는 얼마나 순수한 지혜의 깊이가 있느냐에 달라질 수 있다.
 
팔월의 햇볕 아래서 험한 산길을 올라가며 땀을 흘려본다. 적당한 거리를 지나 나무 그늘 아래 앉고 땀을 흘린다. 그 땀을 말리고 있노라면 얼굴에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게 된다. 허탈한 웃음은 자기 외로움, 그리고 자기의 깊은 지혜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이루어진다.
 
영국에 처칠은 어느 날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거지가 다가와서 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처칠은 주머니에 돈을 넣어보지를 않아서 돈을 주지를 못 했다고 한다.
 
자기 주머니를 뒤져보니 흰 손수건이 있었다. 처칠은 거지에게 때 묻지 않은 손수건을 주었다. 거지는 손수건을 받지 않고 웃으며 예를 하고 돌아갔다. 처칠은 소리 없이 밝은 미소를 지었고 어느 때보다 기뻤다.
 
이러한 웃음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을 밝게 하는 영원한 미소의 철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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