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위주 '중증장애인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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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위주 '중증장애인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
  • 이경헌
  • 승인 2019.12.1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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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5만원 일자리사업, 이것이 장애인일자리 사업의 현실.
일자리 사업 '장애유형',' 장애정도' 반영해야
사진출처=https://blog.naver.com/g106s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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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에 참여해 동료지원가로 활동해 오던 설요한씨(뇌병변 장애, 25세)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설씨(전남 여수 거주)가 지난 5일 낮 향년 25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중증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설씨는  2016년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후 지난해부터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에서 일을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는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동료지원가의 역할은 직업이 없는 중증장애인을 찾아내 이들에게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그러나 동료지원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감당하기 힘든 업무량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본인과 같은 중증장애인을 한 달에 최소 4명 모집해 상담해준 후 이들의 취업준비 상황을 일지로 정리해야 한다. 1명당 의무 상담횟수가 5회로 총 20회를 상담해야 하지만, 본인 역시 중증장애인으로 업무에 따른 부담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가 받는 월급은 최대 65만9650원에 불과했다.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은 “힘든 티를 잘 안 내는 성격인데도,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이 정도 월급을 받고 해낼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닌 것 같다’며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최근 고용공단과 전남도청에서 사업평가를 앞두고, 설씨 혼자 30명이 넘는 참여자에 대한 서류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최근 특히 힘에 부쳐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발생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동중증장애인이 동료의 취업을 도우면서 본인의 전문성도 기른다는 사업 취지는 좋았으나, 업무진행방식에 대해서는 도입 초기부터 ‘구색내기’ 일자리 사업이라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업방식을 살펴보면, 동료지원가 1명이 한달에 4명, 1년에 총 48명의 참여자를 모집해야 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가 삭감되는 사업구조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김태훈 기획실장은 “장애인을 노동에서 배제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만든 사업인데, 경쟁·효율·실적 중심의 질 낮은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비장애인이라면 어떤 사람이 이정도의 월급을 받고 누가 일하겠는가?”고 비판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대상 일자리 사업은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들에게 직업체험 수준으로 여기는 듯 하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일자리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의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에 대한 반영은 물론 이동편의 등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참여자 모집기준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동료지원가 한 사람이 매달 1.6명 정도의 참여자를 맡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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