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6코스: 고내 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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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6코스: 고내 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2)
  • 김영희
  • 승인 2021.07.2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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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내 남또리 포구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순비기 나무 꽃들
한국 선박사의 원형 '테우'
영국인 식물학자 윌슨이 이름 붙인 '구상나무'
윌슨이 개발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조는 구상나무
생선 기름으로 불 밝혔던 신엄 도대불
고내리 남또리 포구 주변엔 순비기 나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고내리 남또리 포구 주변엔 순비기 나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고내리 정자에서 푹 쉬고 나서 길을 나선다. 10여 분 걸어가니 고내 남또리 포구에 닿았다. 빨간 등대가 있고 정박한 배들이 몇 있는 조그맣고 귀여운 포구다. 포구 주변엔 순비기나무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순비기나무는 제주어로 숨비 나무라고 한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숨을 참고, 깊은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내쉬는 숨소리인 ‘숨비소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숨비소리는 몸속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한 것이다. 고음의 휘파람 소리와 비슷하다. 힘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두통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순비기나무 열매인 만형자(蔓荊子)가 치료제라고 한다.

남또리 포구에서 바닷가로 난 시멘트 포장로를 가다 보면 테우 모형물이 나온다. 테우는 뗏목을 가리키는 제주어다. 한국 선박사의 원형으로 간주 되는 중요한 민속유물이다. 배가 원시적이면서도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조립기능과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나무를 나란히 엮어 놓기만 하면 되므로 조립이 단순하고 배가 수면에 밀착되기 때문에 풍파에 안전하다.

고내리 남또리 포구에서 시멘트 포장로를 걷다 보면 테우 모형물이 나온다.
고내리 남또리 포구에서 시멘트 포장로를 걷다 보면 테우 모형물이 나온다.

바다에서 나는 생산물을 바로 건져 올려 쌓기에 편리하며 파손될 우려도 없다. 다만 노 젓는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태풍이 불면 빨리 대피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한라산에서 캐온 구상나무로 만들었다. 요즘은 구상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쑥쑥 자라는 삼나무라서 제주인들이 ‘쑥대낭’이라고 부르는 나무를 재료로 만든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으로 북반구 한대지방이 고향인 고산식물이다. 빙하기에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빙하기가 끝나자 미처 물러가지 못하고 고지대에 고립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은색을 띠며 삼각뿔 모양의 보랏빛 솔방울이 가을부터 맺힌다. 한라산 해발 1500미터에서 1800미터 사이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멸종의 길에 들어섰으며 위험 2등급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다. 분비나무 계통을 뜻하는 Abies에 Koreana는 한국이 토종이라는 뜻이다. 이를 명명한 사람은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E.H.Wilson, 1876-1930)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 식물원의 식물분류학자였던 윌슨은 1917년 제주도에 와서 한라산에 올라 구상나무를 채집하고 정밀연구 끝에 분비나무와는 전연 다른 종으로 지구상에 유일한 신종이라며 ‘구상나무’라고 명명을 하였다.

구상나무는 제주 사람들이 ‘쿠살낭’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왔다고 한다. 제주어로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구상나무 잎들이 성게 가시처럼 생긴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 나무를 제주인들은 상낭(향나무)라고도 하여 제사 때 피우는 향으로도 사용하였다. 윌슨은 이 구상나무을 변종시켜 ‘Abies Koreana Wilson’을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나무로 사용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가 개발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려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

애월 해안도로를 향하여 난 계단을 오르면 언덕에 신엄 도대불이 있다.
애월 해안도로를 향하여 난 계단을 오르면 언덕에 신엄 도대불이 있다.

좀 더 걸어가면 애월 해안도로로 난 계단이 나온다. 계단 위 언덕엔 신엄 도대불이 있다. 보재기(어부의 제주어)들이 생선 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혀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껐다. 제주도에만 있는 밤중에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의 안전한 길잡이다. 신엄리는 또한 수박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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