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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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한복섭
  • 승인 2024.10.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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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가을을 부르는 전령사를 들라면 단연 귀뚜라미다. 사람들은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 내어 우는 소리가 들리면 추흥秋興에 젖기 시작 한다. 그것도 별들이 조용한 밤에 우는 소리는 마음을 설레게까지 한다. 가을이여 어서 오라고.

가을의 또 다른 상징으로는 높고 파란 하늘이다. 하지만 뭉게구름이 두둥실 피어올라야 제격이다. 뭉게구름은 온갖 세상을 만들며 사람들을 동심으로 이끈다. 결실의 계절을 예고하듯 우리의 마음을 둥글게 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가을의 절기를 일컬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했다. 처서를 말함이다. 처서는 입춘으로 시작하는 24절기 가운데 여름이 머문다는 뜻이다.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다.

올여름은. 폭염특보 속에 많은 땀을 흘렸다. 우리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다. 모기의 극성이 사라져 아침저녁으로 산들바람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1년 열두 달 농가에서 할일을 월별로 읊은 조선 시대 가사인 농가월령가를 보면 늦더위가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쏘냐고 폭염의 퇴각을 예고한 것이다. 절기의 변화가 참으로 오묘하다.

옛 어른들은 이때가 되면 여름 동안 장마에 젖거나 더위에 눅눅한 곡식이며 옷이며, 땀에 젖은 몸도 마음도 선선한 가을바람에 쐬고 볕에 말렸다.

그런가 하면 우리도 할일이 있다. 조상의 선묘를 찾아 벌초를 해드려야 한다. 처서 이후엔 햇볕이 누그러져 풀들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몸은 여전히 고달프지만, 벌초를 하고 나면 마음의 뿌듯하고 풍성해진다.

시인 김현승 은 가을의 기도에서<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라고 갈구 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릴케도 가을날에서<주여 때가 왔습니다. 올여름은 참으로 위대 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들판위엔 바람도 놓아 주십시오···>라고 읊었다. 기도조의 어조로 내적 충실을 기원하고 있다. 이들의 가을의 의미는 절절하게 온 마음을 다해야 사랑을 깨닫는다 함이다 참으로 경건하다.

계절은 인간이 어떤 오만 함도 위선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유달리 더웠던 지난 여름날, 잘잘못과 비 양심을 깨우치며 다시 맞는 가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오늘은 2024101,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이다. 감회가 깊다. 오랜만에 TV를 통해서 국군의 날, 기념식을 보면서 여러 가지 마음 한편에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후에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다. 긴 여름이 지나고 나니 가을을 재촉하는 반가운 비라서 여간 반갑다. 올여름에 얼마나 땀을 흘렸던가?

가을이 주는 선선함에 독서와 글 읽기 가을이 주는 청량함 선선하고 사뭇 기대가 된다. 더욱이나 오후 한나절 컴퓨터 앞에 앉아 한자 한자 자판기를 두드리며 글을 써나가는 독서의 의미? 내 자신으로부터 흐뭇하고 큰 보람이다.

또한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남성의 복장 차림에서 이러한 말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또한 등화가친燈火可親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기러기 우는 가을밤에 청등靑燈불 밑에서 많은 양서良書를 하라는 의미다.

계절의 의미가 낭만이다. 센치멘털리즘의 이처럼 샬롬의 축복과 은혜를 안고 올가을엔 기도하게 하옵소서. 행복한 가정에서 (2024.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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