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5코스: 한림항에서 고내 포구까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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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5코스: 한림항에서 고내 포구까지(2)
  • 김영희
  • 승인 2021.07.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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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형제같은 곽지리 과오름
귀덕리 영등할망 밭담길
제주의 돌 쓰임새와 제주 밭담
제주의 영등할망과 귀덕리 복덕개 포구
호박 잎과 넓은 마음
제주 올레 15코스 중산간 길엔 기장 밭 반, 호박 밭 반인 밭도 있다.
제주 올레 15코스 중산간 길엔 기장 밭 반, 호박 밭 반인 밭도 있다.

대림리 사장밭에서 동쪽으로 곽지리 과오름을 보며 간다. 대림리는 한림읍이고 곽지리는 애월읍이다. 서쪽 한림읍에서 동쪽 애월읍을 향하여 걷는 것이다. 과오름은 곽지리를 대표하는 오름이다. 크고 작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곽지 8경의 하나로 곽악삼태(郭岳三台)라고 한다. 주봉을 큰오름, 둘째를 샛오름, 막내를 말젯오름이라 부른다. 삼형제 오름인 셈이다. 삼형제를 제주어로 큰놈, 샛놈, 말젯놈으로 부른던 옛 어른들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10여 분 걸어가니 귀덕 향토길이 나온다. 대림리에서 귀덕리로 넘어온 것이다. 귀덕리는 한림읍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애월읍의 금성리와 경계다. 바닷가로 흘러 들어가는 금성천으로 금성리와 귀덕리가 나뉜다. 귀덕리는 밭담으로 유명하다.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이 있다. 귀덕리가 영등할망이 제주로 처음 들어오는 길목이라 밭담길 이름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굽어진 밭담길이 인상적이다.
굽어진 밭담길이 인상적이다.

제주의 삼다(三多) 중 하나가 돌이다. 돌로 집 외벽을 쌓으면 집담, 골목길 올레에 쌓으면 올레담, 울타리를 쌓으면 울담, 무덤 둘레에 쌓으면 산담,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를 잡기 위해 쌓으면 갯담 또는 원담, 밭과 밭 사이를 경계 지으려고 쌓으면 밭담이 된다. 심지어 해녀들이 물질할 때 불을 피워 몸을 말리기 위해 쌓은 ‘불턱’에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환해장성’에 이르기까지 제주인의 삶은 돌에서 태어나 돌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밭담은 밭과 밭 사이 경계를 표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방목된 마소의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해 주었다. 바람으로부터 흙과 씨앗이 날리는 것도 막아 주었다. 머들이 가족 안내 그림도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귀덕 1리 영등할망 밭담길’을 걸어온 셈이다. 머들은 제주어로 돌무더기를 뜻한다.

저 아래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영등할망이 처음 제주도에 들어오는 귀덕리에 있는 복덕개포구가 있을 것이다. 영등할망은 음력 2월 1일에 이 포구를 통하여 제주에 들어왔다가 15일에 우도를 통하여 제주를 떠나는 풍요와 바람의 여신이다. 들어와서 바다와 뭍에 씨를 뿌리고 간다고 하여 복(福)과 덕(德)을 합하여 복덕개 포구라고 한다. 복덕개 포구 주변엔 영등할망 신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오른 쪽엔 석류나무도 보이는 집담과 잘 어우러진 성로동에 있는 어느 집의 모습.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오른 쪽엔 석류나무도 보이는 집담과 잘 어우러진 성로동에 있는 어느 집의 모습.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걷다 보니 기장밭과 호박밭도 눈에 띈다. 호박이 밭 전체에 심어져 있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얼마 전 즐겨 듣는 라디오 클래식 방송에서 진행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 뽑으면 뒤를 쫓아오듯 금방 자라는 잡초가 무성한 정원에 호박을 심어 놓으면 잘 자랄 수 없다고 한다. 넓은 호박잎이 잡초를 잘 못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박 잎처럼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잡초처럼 무성한 쓸데없는 생각들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멘트가 멋있었다.

자갈로 성처럼 쌓은 길이 많아 잣질 동네라고도 불렀던 성로동(城路洞)을 지나 큰 도로를 건너니 중산간인 이곳에 한림리와 애월읍이 경계 표지판이 서 있다. ‘안녕히 가십시오. 희망과 행복의 향기가 가득한 한림읍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중산간이라 외진 이런 곳에서 이런 길 안내 표지판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금성천 남길이라고 전봇대 옆에 도로명 주소도 있는 것으로 보아 금성천 남쪽에 있는 중산간 길이다. 이곳을 경계로 한림읍 귀덕리와 애월읍 금성리로 나뉘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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