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산책: 힌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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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산책: 힌두교
  • 김영희
  • 승인 2021.06.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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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풀이한 바가바드기타(M.K.Gandhi interprets the Bhagvadgita)를 중심으로(11)

-간디의 실수
-육체 안에서의 정신적 전쟁
-신을 섬기는 마음이 있으면 그 자리가 진리의 들판
-악은 혼자서 번성할 수 없다
-비협조 운동 원리의 기반
-악한 정권이 유지되는 이유

첫날 나는 지식이 아닌 무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문법을 몰라도 해탈(moksha)을 열망하는 사람에게 기타 속에는 많은 것이 있다. 그가 여자이건 바이샤이건 수드라이건, 신을 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영적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기타는 말하고 있다. 그래도 배우는 것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어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움에서 오는 지식이 있어야만 한다. 여러분 가운데 누구라도 내가 했던 잘못을 저지른다면 나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

그런데 여기서 그려지는 전쟁터는 주로 인간의 육체 안에서다. 그러면 기타는 물리적 싸움을 모두 금지하는 걸까? 아니다; 물리적 싸움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물리적 싸움은 사람의 육체가 전쟁터라는 것을 그려내는데 오직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급하는 이름들은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나타내는 성질이다. 뚜렷한 인물들로 그려지는 전혀 다른 도덕적 성향들이 육체 안에서 겪는 싸움을 표현해내고 있다. 브야사와 같은 선지자가 단지 물리적 싸움만을 그려내려고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육체가 쿠르크세트라(Kurukshetra)로, 다르마크세트라(Dharmakshetra)로 묘사되고 있다. 사람의 육체가 신을 섬기는 데 사용되면 그렇게 된다. 이 말은 크샤트리아계급에게는 전쟁터가 항상 진리의 들판임을 뜻할 수 있다. 판다바 자손들이 참가한 들판도 죄의 들판일 수 없다.

뱅킴찬드라(Bankimchandra)는 드라우파디(Draupadi)가 다섯 아들을 가졌던 것에 의심이 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카르나(Karna)의 아버지는 태양신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기적적으로 탄생했다. 듀로다나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든 또는 관대한 마음 때문이었던 간에, 카르나는 그의 편에 가담했다. 카르나외에도 비쉬마(Bhishma)와 드로나(Drona)와 같은 선한 사람들도 그의 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악이 이 세상에서 혼자서 번성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정도 선과 합쳐질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나쁜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선한 사람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며,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존속할 수 없다는 데에 비협조의 원리가 갖는 기반이 있다. 정부가 존속하기 위해서 선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듀로다나는 그들 편이 정의롭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비쉬마와 드로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해설>

인도의 사성제 계급은 학생 시절 누구나 세계사 시간에 한번은 배웠을 만큼 너무도 유명하다. 승려계급인 브라만,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 평민계급인 바이샤, 천민계급인 수드라이다. 판다바 자손들(판다바 가문)은 왕족이니 당연히 크샤트리아 계급이다.

간디는 산스크리트어 모음 조합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물리적 싸움은 몸으로 하는 싸움, 무기를 가지고 하는 싸움을 뜻한다. 이런 물리적 싸움보다 육체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싸움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의 육체가 쿠루크세트라, 다르마크세트라로 표현되는 것이다. 쿠루크세트라는 실제 인도 델리 북쪽에 있는 지명이라고 한다. 그것을 다르마크세트라로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다르마'는 진리 또는 법, '크세트라'는 들판 또는 마당을 의미한다. '다르마크세트라'는 진리의 들판이 되겠다. 신을 섬기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이 서 있는 곳,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진리의 들판 또는 마당이 된다는 것이다.

뱅킴찬드라(1838-1893)는 벵갈의 시인이자 소설가다. 간디가 예라브다 감옥에 갇혔을 때 그가 쓴 책인 크리슈나차리트라(Krishnacharitra)를 읽었다고 한다. 카르나는 다섯 왕자의 어머니 쿤티가 판두왕과 결혼하기 이전 태어난 아들이다. 태양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고 한다. 신화의 시대에는 그런 기적적인 탄생 일화가 많다. 우리나라 김해 김씨의 시조 가락국왕인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것처럼.

번역하면서 드라우파디 그대로 했지만 쿤티가 맞다. 간디가 잘못 알았거나 제자들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일게다. 간디의 주석에는 쿤티라고 바르게 되어있다. 카르나가 쿤티에게서 버려져 있던 것을 마부가 데려다 키웠다. 듀로다나는 카르나를 존경하며 카르나는 듀로다나의 편에서 싸운다.

이처럼 싸우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있고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래서 아르주나가 꼭 싸워야만 하는지, 서로 알며 친했던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지 고민하며 동료이자 신인 마부 크리슈나에게 물음을 제기하며 바가바드기타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쉬마는 판두왕과 드리타라슈트라왕의 삼촌이다.

비진리(악)의 세력은 선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왕권(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간디의 해석이 빛난다. 여기서 간디의 비협조 운동의 원리가 나온다. 바가바드기타에서 터득한 것 같다. 선을 가장해서 오는 악마가 알라차리기 어렵고 싸우기도 힘들다. 악의 세력도 선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 세력을 발휘하며 다른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것이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이치는 똑같다. 선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악한 정권도 유지되지 않는다. 지식을 선하게, 또는 악하게 쓰는 것은 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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