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점 하나를 찍는 노력
상태바
[기고] 점 하나를 찍는 노력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06.09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석교 / 서귀포시 안덕면 생활환경팀
하석교 / 서귀포시 안덕면 생활환경팀
하석교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 간다. 필기시험 합격 후 면접을 준비하던 때의 기억이 아직은 선명하다. 면접을 준비하며, 소위 ‘지방행정의 지침서’라 불리는 『목민심서』를 읽어보았다.

면접관의 질문에 답변할 때 인용할만한 구절들을 발췌해 열심히 외웠었는데, 그중 하나는 여전히 마음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선물로 보낸 물건이 아무리 작아도 은혜로운 정이 맺어지면 이미 사사로운 정이 벌써 행해진 것이다.” 책장의 꽂혀있는 『목민심서』의 푸른색 표지는 공직자가 지녀야 할 탐욕 없이 맑고 청아한 마음을 이따금 나에게 상기시킨다.

짧은 공직생활 동안 민원대에서, 출장 현장에서 만난 여러 민원인 중에는 수고했다며, 고맙다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려는 분들도 계셨다.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할 때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났다. 상대방의 노고를 인정하고 성의를 표시하는 정겨운 풍경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정에 약해져 정의를 등져버릴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다.

상대방이 성의를 표하면 한두 번쯤 거절하는 것이 예의이자 상식이고, 끝내 거절하지 않고 감사히 받는 것이 정이라고들 한다. 힘든 공직생활 중에 나의 노고를 인정받은 순간은 오르막길을 오르다 마시는 물 한 모금처럼 달콤하겠지만,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물질을 주고받음으로써 마음을 표하는 행위는 부패의 낭떠러지로 내딛는 첫발이 될 수도 있다.

청렴한 공직자가 되는 길은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한두 마디로 상대방의 작은 성의를 거절하는 것은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이라는 글자 위에 점 하나를 더 찍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노력이 ‘청렴’의 시작이 아닐까. 6월의 하늘처럼 맑고 푸른 점이 번져 제주를 청렴하게 물들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