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숙 시인이 시집 『우리의 발작국이 가지런하지 않아도』를 ‘한그루’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 2023년도 후원으로 펴내 세상 빛을 보고 있다.
양민숙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미 사라진 것들 / 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들 / 낮고 아프고 위태로운 것들 / 그러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은 것들 // 더 늦기 전에 / 나지막하게 불러봅니다. //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펴낸 시집에는 ▲1부 ‘금방 사라질 단어 같아서’ 편에 ‘빛에 대한 짧은 기억’ 등 11편, ▲2부 ‘피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붉고’ 편에 빛에 대한 짧은 기억‘ 등 11편, ▲3부 ’쓰다 보면 번지고 번지다 보면 물드는 것‘ 편에 ’누구나 시인‘ 등 11편, ▲4부 ’그믓은 그믓을 만들며 퍼졌고‘ 편에 ’귀가‘ 등 11편, ▲5부 ’신기루 같은 노랑 신호가 떠오르면‘ 편에 ’당올레‘ 등 11편, 후미에 현택훈 시인의 [발문] ’오래된 운명은 사랑이 되고‘ 순으로 수록됐다.
문태준 시인은 “양민숙 시인의 시편들 속에서 제주 시편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라며 “개개의 꽃에 제주에서의 삶의 서사를 투영하거나 제주의 신앙을 통해 ‘비념의 시간’(「할망물」)을 노래할 때 그 각각의 시는 마치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의 물숨 같아서 애절하고 빛나고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서 동시에 양민숙 시인은 시를 통해 ‘당신의 언어 안으로 들어’(「월령 돌담 위에 노랑 신호가 걸려요」)가려고 한다. 이 지향은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구현이며 온기의 회복이며 마르고 야위어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라고 하겠다. 나는 이 시편들이 애련(愛憐)의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양민숙 시인은 1971년 겨울, 제주 한림읍에서 태어나 2004년 「겨울비」 외 2편으로 詩와 인연을 맺고, 시집으로 『지문을 지우다』, 『간혹 가슴을 연다』, 『한나절, 해에게』 발간하고 이번에 『우리의 발작국이 가지런하지 않아도』를 펴냈다.
제주문인협회, 한수풀문학회, 제주PEN회원, 운앤율 동인으로 문학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족두리꽃’
책상 한 귀퉁이 자리하던 시집을 펼치니
마른 꽃대 끼어둔 책장 사이
평대리 족두리꽃 피었다
땅 한 평 없어 가난하다던가
걸음 닿는 곳, 씨앗 뿌리고
거리마다 족두리꽃 피었으니
평대리 모든 길이 복기 씨의 꽃밭이다
한껏 치장한 족두리
내려 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마르고 말라서 가슴 타들어 가면
달밤에 행인 지나는 기척에도
후두둑 후두둑 씨앗을 털어낸다
하얀 시간은 흘러가는가
씨앗을 받는 일은
달밤이어야 하는 것
너의 가슴에 문을 두드리는 것
대답 없는 걸음을 보내주는 것
시집 안에서는 사랑 이루어질까
붉게 더 붉게 피는 꽃
양민숙의 시 ‘족두리꽃’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