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순교의 등불’ / 이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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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순교의 등불’ / 이청리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05.06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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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리 시인의 제73시집
이청리 시인의 제73시집 순교의 피로부터 김수환 추기경1

‘순교의 등불’

 

우리 몸속에
누가 십자가를 세워 놓았을까

이조 설한풍이 몰아치는
그 속에도
순교의 등불을 거기 밝혀두고

참수의 시린 몸짓으로 기름을 부어
또 한 등 한 등을 거기 걸어두면
켜기도 전에
불어서 꺼버리는 어둠 속에서도

순교의 기름을 붓는 일을
멈춘 적이 없었다

사방 어디에나
눈이 덮여 차가움 뿐이다

저 작은 몸짓으로 등불을 밝혀
봄이 오는 길에
꽃잎으로 피워낸 걸까

문밖은
참수의 찬바람과 얼음 뿐인데

참수의 바람을
봄바람으로 바꿔 불게 하다니
저 얼음을 강물로 바꿔
유유히 흐르게 하다니

우리 몸속에서
십자가를 세워 놓았는데
아!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으니
순교의 기름이 떨어지는 줄 모르고 있으니
어이 할그나 어이 할그나

- 이청리 시인의 시 ‘순교의 등불’ 전문 -

순교의 피로부터 김수환 추기경 3⋅26 중에서

 

이청리 시인 겸 서양화가
이청리 시인 겸 서양화가

이청리 시인의 순교의 피로부터 김수환 추기경 제73시집 중에서 이 시인은 “숨겨놓은 죽음을 뛰어 넘지 않고서는 나설 수 없는 길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할아버지가 그 순교의 본을 보였다. 그 본을 따라 한평생 모든 것을 걸고 살았던 지난 여정을 뒤돌아보게 하는 이 시가 지닌 의미는 세상이 추구하는 것과 격이 다르다.”라고 시작 노트에서 밝혔다.

이어 “헌신이 먼저인 이 신앙의 길은 험난 자체이다. 한 인간으로 감내 할 수 없는 역경 속에서 묵묵히 나섰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일생을 반추하게 한다,”라며 “그러기에 신앙의 길을 나선다는 것은 헌신없이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다. 고난이자 헌신인 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이 곧 삶의 순교이다.”라고 하였다.

이어 “삶의 순교가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소리 없이 건네는 이 자비의 길은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것과 내가 먼저가 아니라 약한 자가 먼저인 이 마음이 곧 삶의 실천적인 순교이다”라고2021년 5월 5일 아침 이청리 시인은 밝혔다.

이청리 시인은 1978년 첫 시집 '별들의 위대한 선물'로 등단하여 40여 년을 넘게 시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02년 제주에 와서 제9집 ‘그 섬에 고운님이 있었네’ 시집 발간을 시작으로 최근 ‘순교의 피로부터 김수환 추기경 3⋅11’ 제73 시집까지 방대한 시집을 펴냈다.

이청리 시인의 작품들은 한 주제로 한 권의 시집을 완성해 내는 등 시집은 제주도에 관련된 23권의 시집이 헌시로 쓰인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해녀에 관해서 ‘해녀 1. 2’ 집은 이미 출간된 바 있다.

그가 펴낸 ‘제주 돌담만리’,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곶자왈’, ‘낙원의 풍경 이중섭’, ‘추사 김정희’, ‘영주십경’, ‘불멸의 성산포 일출’, ‘초인’, ‘마리아 정난주’, ‘올레 1코스’, ‘가자가자 이어도로’ ‘이어도 아리랑’, ‘사랑의 기도’, ‘애월낙조’, ‘절물 휴양림’, ‘제주 4.3의 노래’, ‘그 섬에 고운님이 있었네’, ‘바람의 섬을 꿈꾸게 했네’, ‘월정리 사랑’, ‘슬픈 여인 홍윤애’, ‘바람의 섬을 꿈꾸게 했네’ 등 제주에 관련된 시집을 펴낸 바 있다.

이청리 작가는 2000년 장편소설 '복의 근원', '천재 교수의 선택', 어른을 위한 동화 '가마솥' 등 3권을 펴낸 바도 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문학과 서양화가로 서양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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