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용두암 아래서’ / 정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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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용두암 아래서’ / 정예실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04.24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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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두암 , 유태복 기자 촬영
제주시 용두암 , ⓒ유태복 기자 촬영

용두암 아래서’
 

아직도 남아 있는 잠룡을 찾았지만
구절초 마디마디에 이는 바람만 보았다
밤은 깊어도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
동녘에 눕고
파도는 잦아들지 않고
영혼의 소리인 양
한줄기 제주 할멈을 데불고
더 크게 메아리쳤다

구멍 뚫린 암석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
가쁜 숨을 몰아쉬고
갈매기 떼
가만히 앉아 몸을 풀자
어화 밝힌 배
만선 깃발을 펄럭이며
수평선에서 사라졌다

한 시도 가만있지 않고
뭍으로 오르려는 파도를 보면서
십이인연의 굴레를 보고
또 북두를 그리며
타는 목을 어루만졌다

- 정예실 시인의 시 ‘용두암 아래서’ 전문 -
 

정예실 시인
정예실 시인

정예실 시인은 “제주시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용두암을 조망하고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용의 전설을 간직한 그곳에서 심연의 깊이를 새기고 제주도를 상징하는 용두암의 광경을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라며 시작노트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아직도 남아 있는 잠룡을 찾았지만/ 구절초 마디마디에 이는 바람만 보았다>는 화산 폭발로 생긴 용암에서 자아를 관조하는 잠룡을 찾아보려 했으나 간 곳을 모르는데 아홉 마디로 자란 구절초를 보고 화자의 표현적 관점을 그대로 나타내었다.

 둘째 도막 <밤은 깊어도/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밤바람/ 동녘에 눕고 파도는 잦아들지 않고/ 영혼의 소리인 양/ 한 줄기 제주 할멈을 데불고/ 더 크게 메아리쳤다>는 화자가 이상적 진실된 제주 할멈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제주 할멈에 대한 토속적 신앙과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세밀하게 투영한다. 그게 바로 ‘영혼의 소리인 양’으로 대변했다. 

<구멍 뚫린 암석/누가 부르지 않았는데/가쁜 숨을 몰아쉬고/갈매기 떼/가만히 앉아 몸을 풀자/어화 밝힌 배/만선 깃발을 펄럭이며/수평선에서 사라졌다>는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의인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너무나 평화롭고 향토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고 있다. 만선 깃발은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기에 화자의 내면을 내재율로 표현하는 데 주저치 않았다.

 마지막 도막<한시도 가만두지 않고/뭍으로 오르려는 파도를 보면서/십이인연의 굴레/또 북두를 그리며/타는 목을 어루만졌다>에서 화자는 당위적 진실과 함께 십이인연의 굴레를 생각하고 북두칠성을 보면서 이상적인 삶이 아니라 보편적인 삶으로 북두칠성에 대한 염원을 담았고, 뭍으로 오르려는 파도 역시 화자가 처한 현재의 모습을 반영시키고 있음을 본다. 표현론적 관점에서 보면 자기표현(Self express)을 상징처럼 사용했다.

정 시인은 "항상 시는 원래 마음이 바라는 바를 말로써 표현한 노래라고 서경(書經)에서 밝히고 있듯이 시언지가영언(詩言志歌永言) 그래서 시는 운문과 산문의 두 가지 의미를 부여받고 있듯이 보고, 듣고, 느끼는 속에서 시심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예실 시인은 제주시 한경면 출생으로 제주한라대학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문학예술신인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제주문화포럼 원장, 뉴제주일보 논설위원, 한국문인협회, 제주문인협회, 한국독도작가회이사, 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 이사, 시인과 나 지도교수, 제주도 동려 ‘평생학교’ 육성위원, 제주도 제주어 육성위원 및 제주어보전회 이사 등 교육, 문학 지역사회 활동을 활발히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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