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제주돌 이야기' / 김 철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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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한 편 읽는 오늘] '제주돌 이야기' / 김 철 호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04.2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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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
제주의 눈맞은 울타리 돌담

#1 울담
<무더운 6월 ‘촬촬촬, 철푸덕! 철푸덕!’ 요란스런 물소리가 들려왔다  울담은 궁금하여 엿 보았다. 을순이가 목물을 하는데,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아 울담 코앞에 있다>

주인님! 을순이 엉덩이가 Y 계곡처럼 너무 신비스러워요

#2 쇠막 축담
<밤이면 갑돌이는 을순이네 집 쇠막으로 들어가 “음메에 음메에” 신호로 순이를 불러내어 사랑을 고백한다>

우와! 인간들은 알콩달콩 재미나게도 사랑싸움 하는구나! 우리는 그냥 서로 붙어있기만 해도 좋은데

#3 병돌이 탄생
<눈이 많이 내린 어느 해 겨울, 갑돌이와 을순이는 혼례식을 올렸다. 그리고 병돌이가 태어났다>

동네 사람들은 허니문 베이비라 하지만 우리 돌담은 알아요
쇠막에서 이루어 낸 사랑의 결실이라는 거
우리를 ‘돌대가리’라고 나무라지 마세요
돌들도 동굴 속 바닥에서는 석순이
천정에서는 종유석이 새롭게 탄생하거든요.

#4 세상살이 
갑돌이네는 3남 2녀 자식들과 더불어 땅을 일궈 밭을 늘리고, 황소, 돼지, 개, 닭, 오리들 사육하며 오순도순 살았어요 아이들이 장성하면 혼례 올려 자자손손이 번성하여 탐라국 전통을 이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5 풍재해 막이
<제주 섬에는 하늬바람, 샛바람, 마파람, 갈바람이 불어와 풍다의 섬이라 불린다>
올레담은 곡선으로 스크럼을 짜서 태풍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분산시키고
울담, 밭돌담, 산담은 숭숭 구멍으로 강풍을 통과시켜 여러 해를 견딜 수 있었네요
이게 다 우리 돌들의 지혜가 흑룡만리로 이어져 큰 힘을 창조한 결과가 아니겠어요?

#6. 죽음
<어느 겨울 밤 갑돌 할배 세상 떠나다>
할아버님 시신 오름 자락에 묻고 “아이고 아이고” 울음 삼키며 하산했어요. 산담, 동자석에게 모든 걸 부탁한다며...,

#7 수호천사 제주돌
거욱대는 액을 막고, 올레담은 꼬불꼬불 태풍 진로를 막고, 정주석은 손님을 안내했지요
밭담은 농작물 보호, 비석, 상석, 동자석, 산담은 오름 자락에서
세상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빌며 세월을 지킵니다.

-김철호의 시 ‘제주돌 이야기’ 전문-

 

김철호 시인
김철호 시인

김철호 시인은 시작 노트에서 “ 제주인의 삶과 돌은 운명공동체로 더불어 살아왔다. 제주돌이 곧 인류의 보물이 되는 글로벌 브랜드 시대를 지향해 나가는 과정으로 돌 이야기를 쓰고 있다.” 라고 말했다..

김철호 시인은 • 1947년 제주시 한림 출생 ▸법학사, 교육학석사, 지방행정공무원, 교육공무원 정년퇴임했다. 

• 2000년 ‘옥로문학’ 논설, 2003년 ‘월간한국시’ 시 당선으로 문단 데뷔. • 개인창작시집 발간, '그리움 한 조각'(2015), ‘숨비소리 너머’(2020)  • 2015년 ‘제6회 백두산문학상’ 수상.

• 현) 한국문인협회ㆍ한국공무원문학협회ㆍ 한국가톨릭문인협회ㆍ영주문학회ㆍ제주한림문학회 회원, 제주문인협회부회장. 제주해녀문화보전회 이사, 제주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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