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1코스: 하모 체육공원에서 무릉 외갓집까지(3)
상태바
제주 올레길 기행 11코스: 하모 체육공원에서 무릉 외갓집까지(3)
  • 김영희
  • 승인 2021.04.09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리한 제주 관광지 순환 버스
공부하는 안내원 해설사와 가마 오름
복사꽃과 제주의 숨골 곶자왈
탱자 나무와 추사와 다산의 귀양살이 비교
신평-무릉 곶자왈의 고마운 표지판들
유명한 대정 암반수 마늘 밭이 신평-무릉 곶자왈로 들어가기 전에 펼쳐진다.
유명한 대정 암반수 마늘 밭이 신평-무릉 곶자왈로 들어가기 전에 펼쳐진다.

정난주 마리아 성지에서 30여 분 걸어가면 신평리가 나온다. 신평-무릉 곶자왈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신평리까지 가는데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281번 버스를 1시간 타고 서귀포에서 모슬포까지는 202번 버스로 갈아 탔다. 202번 버스로 1시간 타서 내려 대정농협 버스정류장에서 신평리 가는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가 탔다. 거기서 15분 정도 걸렸다. 그러다 보니 제주시에서 신평리까지 가는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족히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소비되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 관광지 순환 버스인 820번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아주 편리해졌다. 잘생긴 버스라 요금도 비싼 줄 알았는데 일반 버스 요금과 똑 같다. 일반 버스와 환승도 된다. 승차감은 일반 버스 이상이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인지 이용하는 승객이 적다. 코로나 시기에 북적대지 않아 더 안성맞춤이다. 안내원이 관광지 해설까지 해주니 금상첨화다.

아침에 제주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두 대가 있다고 한다. 그중 9시 20분 버스를 신제주 로터리에서 기다렸다가 탔다. 신평리까지 1시간 20여 분 걸렸다. 서귀포를 경유한 것보다 무려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가 절약되었다. 5·16 도로를 좋아하지만, 버스 안에서 시간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이용하기로 했다.

신평-무릉 곶자왈 들어가는 입구 언덕에 활짝 핀 복숭아 나무의 복사꽃들.
신평-무릉 곶자왈 들어가는 입구 언덕에 활짝 핀 복숭아 나무의 복사꽃들.

동광 환승 정류장을 중심으로 30분마다 운행한다고 한다. 안내원 해설사의 말로는 동쪽에 있는 810번 버스는 대천 환승 정류장을 중심으로 30분마다 운행되는 데 거의 오름이 많아 입장료가 없지만, 서쪽에 있는 820번 버스는 저지오름, 산양 곶자왈, 오설록을 제외하면 입장료를 다 받는 곳이라 관광객들이 비싼 관광지라고 한단다.

공부하는 해설사 안내원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천재는 노력이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지라도 배우는 사람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세다. 제주오름 중 3분의 1인 120여 개의 오름에 일제 동굴 진지가 있으며, 오름 중 일제 강점기에 일본 군대 시설이 지금까지 가장 잘 보존된 곳인 가마오름이 평화박물관 바로 근처에 있고, 가마오름과 동굴 진지 군사시설을 일본에서 사려고 했는데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나라 문화재청에 팔렸다고 한다.

가마오름에서는 산방산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과 고산 해안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공격과 방어에 유리해서 일제가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최전선 방어선으로 요새를 구축한 곳이다. 총 길이 2km 규모로 추정되는 땅굴 진지는 제주 지역 진지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출입구만도 33개에 이른다. 다른 곳과는 달리 3층의 미로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6년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308호로 지정되었다.

줄기에 가시가 달려 집 울타리에 심어져 위리안치 형벌에 사용되는 탱자나무지만 그 꽃은 아름답다. 신평-무릉 곶자왈에서는 탱자나무 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줄기에 가시가 달려 집 울타리에 심어져 위리안치 형벌에 사용되는 탱자나무지만 그 꽃은 아름답다. 신평-무릉 곶자왈에서는 탱자나무 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신평-무릉 곶자왈을 시작하는 작은 언덕엔 복사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귀신을 쫓는 나무라 하여 복숭아나무는 집안에 심지 않았으며 제사상에도 열매를 올리지 않았다. 구한말 국화(國花)로 삼으려고도 하였던 장수(長壽)와 아들을 상징하는 우리 선조들이 사랑했던 나무! 영어로도 복숭아는 피치(Peach)로 ‘아주 좋은(멋진) 사람(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서양에서도 좋은 나무로 통하나 보다.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처럼 내게 와 안길 것 같다.

곶자왈이란 숲을 의미하는 ‘곶’과 돌을 의미하는 ‘자왈’로 이루어진 제주어다. 한라산에서 날아온 풀씨와 꽃씨로 형성된 제주 곶자왈은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신비한 숲으로 생태계의 보고다. 빗물이 그대로 지하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품고 있고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 겨울철에도 푸른 숲을 이루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허파 역할을 해주는 제주의 숨골이다.

신평-무릉 곶자왈을 통과하는 데 1시간 30여 분 소요된다. 탱자 나무꽃들이 중간에 듬성듬성 많이 피어 있다. 꽃을 보는 것은 언제나 마냥 즐겁다. 줄기에 가시가 많이 달려있어도. 그렇게 많은 탱자 나무꽃들을 여기서 처음 봤다. 옛날 가난한 시절에는 웬만한 집 울타리 담장 밑에 심심찮게 심어져 있던 탱자나무!

자연과 잘 어우러진 화창한 날씨는 올레꾼들에겐 최고의 축복이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화창한 날씨는 올레꾼들에겐 최고의 축복이다.

전라도와 제주도에는 탱자나무들이 많아 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형벌에 적합한 곳이라고 한다. 중형에 해당하는 이 형벌은 당쟁으로 인한 정치범들이 주로 받았다.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하여 가둔 일종의 가택 연금인데 8년 동안의 제주 유배 생활을 한 추사 선생의 경우가 그러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된 것은 주군안치(州郡安置)로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다. 주(州)나 군(郡) 안에 머물며 그 안에서는 자유로이 왕래하며 활동할 수 있었다. 모두 주거를 제한하는 연금이다. 다산은 귀양살이를 통해 현실을 발견했고 추사는 혹독한 귀양살이를 통해 자아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에서 추사체가 탄생했나 보다.

신평-무릉 곶자왈을 걷다 보면 봄이면 소풍 장소로도 이용했다는 ‘새왓’이 나온다. 띠밭을 가리키는 제주어로 새는 제주의 초가지붕을 이는 주재료인 소중한 풀이다. 옛날에는 2년에 한 번씩 지붕을 이었으므로 새왓은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11월에 채취하여 2월경에 지붕을 잇는다. 소풍 날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보물찾기 놀이도 했는데 새왓 주변엔 숨길 곳도 많이 있는 것 같아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옛날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 곶자왈을 개간하며 살았다는 ‘정개왓(왓은 밭을 의미하는 제주어)’이 있다. 탱자나무, 개복숭아, 벚나무 들이 그때 심어진 게 아닌가 한다. 무릉2리 곶자왈에는 참가시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검은 참가시나무, 흰 참가시나무, 붉은 참가시나무가 있는데 검은 참가시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제주의 초가 지붕을 이는 데 쓰이는 새가 풍부했던 신평-무릉 곶자왈 새왓은 소풍 장소로도 많이 이용된 곳이다. 보물 찾기 추억이 떠올라 새롭다.
제주의 초가 지붕을 이는 데 쓰이는 새가 풍부했던 신평-무릉 곶자왈 새왓은 소풍 장소로도 많이 이용된 곳이다. 보물 찾기 추억이 떠올라 새롭다.

한 손으로 소를 때려서 잡을 정도로 힘이 세었으며 한 끼니에 쌀 한 말치 밥을 먹어도 모자라 부잣집 소를 잡아먹었다는 오찬이라는 사람이 살았던 굴 ‘오찬이 궤(굴의 제주어)’, 형제가 들어와 숯가마를 만들며 생활했다는 ‘성제(형제의 제주어)숯굿터’, 멧돌을 만들기 위해 단단하면서도 적당한 구멍이 있는 돌을 채취했다는 'ᄀᆞ래머들(머들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어)', 많은 소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벽돌을 쌓아서 물통을 만든 ‘쇠(소의 제주어)물통’이 순서대로 전개된다. 안내를 잘해주는 표지판 덕분에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곶자왈을 나와 조금 걸으면 인향동이다. 한길가로 나가니 할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릉2리는 인향동, 좌기동, 평지동으로 이루어졌고 무릉1리는 해안가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인향동 버스 정류소에서 무릉 오거리를 지나 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부터 정이 넘치는 종점인 무릉 외갓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